유엔 총장 "석유회사 '횡재세' 걷어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고유가를 기회로 막대한 이윤을 챙긴 석유회사들에 ‘횡재세’를 부과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글로벌 횡재세 논의에 동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글로벌위기대응그룹(GCRG) 보고서 발간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형 에너지 회사들의 합산 이익이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며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석유·가스 회사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공동체들의 등 뒤에서 이번 에너지 위기로부터 기록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 정부에 이러한 초과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겨 그 재원을 어려운 시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석유기업들의 초과 이윤은 전쟁 여파가 본격화한 2분기에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1∼5위 회사들의 합산 이익만 벌써 600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석유기업들을 겨냥해 “이러한 괴물같은 탐욕은 우리의 유일한 집(지구)을 파괴하면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벌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가 에너지값 급등으로 혜택을 본 석유·가스업체에 세금을 더 걷기로 하는 등 유럽 일부 국가가 횡재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련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쟁으로 에너지뿐 아니라 식량 위기와 개발도상국 채무 위기 가능성도 커졌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빚더미에 질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회복하는 데 애를 먹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어떤 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격변의 위험 신호를 이미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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