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부위 사진' 강요한 초등학생..'학급 분리' 조치만?
"같은 반 짝꿍이 몸 사진 찍으라고 압박해"
학폭위 "가해자의 일상적 접근은 어쩔 수 없어"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미흡" 지적 꾸준히 이어져
[앵커]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같은 반 여학생에게 신체 중요부위 사진을 찍도록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피해 학생은 큰 충격으로 학교에 못 나갔지만, 학교폭력위원회는 학급 분리조치만 내려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만 8살인 가해 학생에게 엄한 처벌이 필요한지, 교육적 치료나 상담이 우선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김다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직장인 최 모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인 딸 A 양의 휴대전화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A 양이 신체 중요부위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낸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최 모 씨 / A 양 어머니 : 제가 이 문자를 발견하고 아이가 놀랄까 싶어서 일상적으로 '이 사진을 찍었구나, 이거 누군지 아니?' 물으니 대성통곡을 하는 거예요.]
최 씨의 요구로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는데 같은 반 짝꿍인 B 군이 A 양을 압박해 몸 사진을 찍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최 씨는 오히려 더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딸과 가해 학생이 마주치지 않도록 가해 학생을 전학 조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는 증거와 증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급분리'만 시켰습니다.
학폭위는 B 군의 협박·보복성 접근도 금지했지만 일상적 접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해 학생 부모도 아직 만 8살밖에 안 된 어린 자녀를 강제 전학까지 보내는 건 지나치다고 호소했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심의회 결정에 따른 거니까 심의위원님들이 고의성 등에 점수를 매겨서 다 근거 있게 처리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급 교체도 사실 중하다면 중한 조치거든요.]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 학생 보호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5년 사이, 학교폭력 선도조치 비율을 보면 퇴학이나 강제 전학 등으로 가해자를 피해 학생과 실질적 분리한 건 3%에 불과합니다.
전문가 의견은 엇갈립니다.
[권성룡 / 법률사무소 용기 변호사 : 성 사안의 경우 사건의 성질상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조치보다는 실질적인 분리조치를 통해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교육 및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를 실현해야 합니다.]
[정익중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제가 보기에는 분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다른 데서 피해를 일으켜도 된다는 거잖아요. 이게 좋아질 수 있게 치료나 상담을 강제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차량 절도나 음주 난동·폭행 등 어린 10대들의 도 넘는 범죄 행각이 잇따르면서 형사 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선 여전히 엄벌론과 신중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피해 학생들이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부터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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