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보복 中 군사훈련 불똥 日으로..셈법 복잡해진 기시다

김예진 2022. 8. 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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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美펠로시 대만 방문에 중국군 4일부터 6곳서 훈련
日EEZ 포함…95년 대만위기 때 보다 가까운 곳도
日 "우려" 표명에 中 되려 "하나의 중국 원칙 지켜라"
펠로시 대만 방문, 日 논평 않는 상황…"中비난 日 향할까봐"
日집권당서는 대만과 '연대' 요구도…기시다 셈법 복잡
기시다, 5일 펠로시와 조찬…이후 中 반응·日 대응 주목

[도쿄=AP/뉴시스]지난달 2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2.08.04.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정부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예상치 못한 사태'를 경계하고 있다. 살갗에 닿는 실질적 위협인 중국군의 훈련은 1995년 대만 위기 때보다도 일본과 가까운 곳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과 회담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셈법이 복잡한 모습이다.

4일 지지통신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밤 펠로시 의장 등이 탑승한 미군의 수송기가 대만에 도착하자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전후로 중국군은 대만을 둘러싸고 포위사격을 가하는 등 전방위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공군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도착 전날에만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 공역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오는 4일 정오부터 대만을 둘러싼 6개 해공역(海空域)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6개 해·공역 가운데에는 일본의 EEZ도 포함돼 있다는게 일본 측 입장이다. 이 가운데에는 지난 1995~1996년 제3차 대만 위기 때 중국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지점보다 일본에 가까운 곳도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긴장한 모습이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지난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군이 발표한 군사훈련 지역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됐다면서 "중국이 발표한 일련의 군사활동에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군 훈련) 관련 해역은 미확정이며, 일본의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일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문제에 언행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타이베이=AP/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3일(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8.03.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의 경고는 더 구체적이다. 중국대사관은 지난 2일 담화를 발표하고 "(일본은) 비슷한 사건 발생을 단호히 근절하고 대만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방지하라"고 요구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적인 이익과 중일 관계 정치적인 근간에 관련된다"고 했다.

지지통신은 "일본에도 정치가들의 공적 왕래를 중단하라고 못을 박은 형태"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치가들도 대만 방문 등을 계속한다면 이번 중국군의 훈련과 같은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긴장감 고조 속 기시다 총리는 3일 오전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와 총리 관저에서 약 30분 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협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을 방문하는 펠로시 의장과 오는 5일 오전 조찬을 가지며 회담할 전망이다. 대만 정세, 미중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자체에 대해 "코멘트를 삼가겠다"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면 중국의 비난은 일본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를) 밟지 않고 끝내겠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보수파에서는 대만에 대한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시다 총리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교부회장은 3일 당 회의에서 "미일이 대만에 연대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연대를 나타내는 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지지통신은 "이런 목소리가 커지면 (기시다) 총리가 어려운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인 산케이 신문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민당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라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 개각을 앞둔 기시다 총리에게 당의 협력과 지지는 필수적이다. 당내 목소리를 모두 무시하기는 어렵다.

기시다 총리는 5일 펠로시 의장과 회담 후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내놓을 수 있다.

중국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침묵’에서 진전된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중국에 대한 비판으로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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