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와히리, 왜 발코니서 사살됐나.."매일 해뜬 직후 혼자 나왔다"
기사내용 요약
미군 철수 뒤 가족과 재결합 예상하고
카불 시내 거주한 가족들 움직임 파악
매일 아침 발코니 나오는 것 확인한 뒤
헬파이어 미사일로 족집게 공격 살해
직후 탈레반 대원들 흔적지우고 가족 옮겨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미 중앙정보국(CIA)가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추적한 과정을 소개했다.
알자와히리는 매일 오전 해뜬 직후에 발코니에 나왔다. 책을 읽기도 했으나 항상 혼자였다.
CIA 요원이 알자와히리가 발코니에 나타난 것을 처음 확인한 것은 몇달 전이었다. 이후 그의 자택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확인했다. 알자와히리는 집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의 부인과 딸 등 자녀들은 항상 외출할 때마다 미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한 고위 당국자는 "테러리스트의 전형적인 스파이 행태"라고 했다.
알자와히리의 집은 카불 고급주택가 시푸르 지역의 보안구역에 있었다. 큰 은행 건물 뒤쪽 정부 건물 단지 주변의 골목은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미군 사령부와 미 대사관이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여름 들어 알자와히리를 찾아냈다는 보고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보좌관들에게 공격할 경우 알자와히리만 살해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발코니가 가장 저격하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오래 시간 도주해온 알자와히리는 실질적 지도자라기보다 상징적 지도자였다. 그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의 명목상의 지도자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그를 저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였다. 미국은 유명 테러리스트를 제거함으로써 9.11 사태를 종결지으려 노력해왔다. 알자와히리 제거 작전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주둔하지 않고도 테러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온 "지평선 넘어" 개념이 유효함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1년 만에 처음으로 드론 공격을 가해 성공했다.
알자와히리를 정확히 식별한 것은 수십년 동안 지속한 추적과정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01년 미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알자와히리는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 국경지대로 숨어들었다. 이후 알자와히리의 소재는 소문과 추정의 대상일 뿐이었다.
미 정보당국은 2011년 빈라덴을 제거한 뒤 몇 년 동안 알자와히리를 돕는 사람들을 추적했다. 알자와히리는 몇 년이나 숨어서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동영상 메시지를 추종자들에게 보내고 있었다.
지난해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자 정보 당국이 알자와히리가 가족들과 재결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초 정보 요원이 알자와히리의 가족들이 카불 시내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알자와히리가 함께 있는 지는 불확실했다. 정보요원들이 "여러 소스의 정보"를 분석하면서 집에 있는 노인 남성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CIA로선 알자와히리를 찾아내 저격하는 것은 보복을 뜻했다. 2009년 알자와히리에 대한 정보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프간 호스트의 미군 기지로 접근해 자살폭탄을 터트렸을 때 CIA 요원 7명 등 9명이 숨졌다. CIA가 25년 만에 처음 당한 대규모 피해였다.
지난 4월초 국가안보 부보좌관 존 파이너와 대통령 국토안보 담당 보좌관 리즈 셔우드-랜달에게 알자와히리에 대한 최신 정보가 보고됐다. 사진이 인화된 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보고를 받았다. 그가 곧바로 대통령에게 알자와히리 소재를 파악한 것같다고 보고했다.
6월과 7월 내내 정보 분석이 진행됐다. 자택에 숨어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일일이 확인했다. 정부 변호사들이 작전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했다. 드론 공격에 앞서 늘 하는 일이었다. "알카에다 지도자 역할을 지속"하고 있고 테러 공격에 가담하거나 지원한 알자와히리를 합법적 표적으로 판정했다.
정보 분석이 모두 끝난 뒤 백악관 상황실에서 고위 당국자들이 몇차례 회의했다. 한 당국자는 "대통령에게 확실한 정보와 명확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했다"고 했다.
7월초 정보요원이 알자와히리를 정확히 식별했음을 확신하면서 한 사람만 저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7월1일 바이든 대통령이 고위 보좌관 및 각료들과 함께 상황실에서 정보와 공격 방안을 검토했다. 윌리엄 번즈 CIA 국장이 바이든 오른쪽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알자와히리가 은신한 주택 모형이 놓여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형을 검토하고 공격 방법을 물었다. 어떻게 알자와히리를 확인했는지도 물었다. 참석자들이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고위당국자는 "대통령이 조명, 날씨, 건축 자재 등 작전을 성공하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줄이는 각종 방안들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했다. 바이든은 또 카불 중심부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작전이 지역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비역 해군 출신 민간인 기술자 마크 프레리치스(60)가 아프간에 붙잡혀 있는 것도 신경썼다. 그를 송환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어서 공격이 송환을 어렵게 만들고 미군을 지원한 아프간 사람들을 소개하는 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7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은 재차 공격에 의한 피해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발코니가 있는 3층의 문과 창문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다.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의견을 구했다. 공격을 승인해야 할까?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7월31일 아침 6시18분 알자와히리가 혼자 발코니에 나타났고 하늘에 떠 있던 드론이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알자와히리가 공격을 느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사일 공격을 당하는 사람이 미사일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고 몇 초 동안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많다고 한 당국자가 설명했다.
알자와히리의 가족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기를 신중히 골랐다. 미국은 소량의 폭약을 탑재했거나 폭약을 전혀 탑재하지 않은 정밀 유도무기를 사용해왔다. 엄청난 속도로 표적을 파괴하는 헬파이어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한 당국자는 수류탄 1개 분량의 폭약이 탑재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사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알자와히리 집 사진은 대규모 폭발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정보 분석가들이 공중 정찰 정보 등 여러 소스의 정보를 분석해 알자와히리만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집안에 있는 가족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집 외부의 민간인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현장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의 주민들과 상인들이 3일 오전 이틀 전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밝혔다. 굉음이 들리고 땅이 흔들려 겁을 먹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몇년 동안 전쟁을 치렀기에 익숙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비역 육군 장교 하크 아스가르가 철물점 앞에서 "아이들이 폭음에 놀라 전부 도망쳤다. 정부가 바뀐 뒤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시르푸르 주택지는 탈레반이 집중 관리하는 곳이어서 이곳 주민들이나 상점 주인 모두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만 한다고 했다. "보안이 매우 철저하다. 이방인들은 절대 이곳에서 살수 없다"고 했다.
공격 직후 하카니 탈레반 대원들이 몰려들어 안전가옥의 알자와히리 흔적을 지웠다.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한 채 몇 시간
동안 에워싸고 있었다. 알자와히리의 부인과 딸, 자녀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현재 알자와히리의 집은 비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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