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경법상 사기' 구속률 5년 새 6%↓.."불구속시 또 범행, 부작용"

2022. 8.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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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기공화국이다." 10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사기범죄율이 가장 높다고 밝힌 이래 한국에 붙은 오명이다.

범죄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등에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죄 역시 해마다 2000건 안팎이다.

4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특경법상 사기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특경법상 사기는 1989건이 발생해 이 중 피의자 285(14.2%)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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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서 "사기공화국" 소리 들은 한국
'특경법상 사기' 구속률 5년새 8%대로
'인권수사' 때문이지만 부작용 우려도
경찰 "불기소 상태서 재범 사례도 많아"
전문가 "상습범 신상공개 통해 보완해야"
'고액 금융사기 신상공개법' 국회 계류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국은 사기공화국이다.” 10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사기범죄율이 가장 높다고 밝힌 이래 한국에 붙은 오명이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해마다 20만~30만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한다. 범죄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등에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죄 역시 해마다 2000건 안팎이다. 그런데 해당 범죄 유형의 구속 수사비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특경법상 사기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특경법상 사기는 1989건이 발생해 이 중 피의자 285(14.2%)명이 구속됐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2071건이 발생해 소폭 늘었지만 이 중 167명(8.0%)이 구속됐다. 5년 새 구속비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5년간 다른 연도의 경우 ▷2018년 2542건 중 221건(8.6%) ▷2019년 2435건 중 197건(8.0%) ▷2020년 2568건 중 165건(6.4%)의 피의자가 구속됐다.

이는 경찰 수사권 확대와 함께 ‘인권수사’가 강조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피의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경찰의 구속영장을 엄격하게 심사하게 되면서다.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람이 수차례에 걸쳐 범죄를 저지르고 수법도 치밀해지고 있는 최근 사기범죄 특성을 고려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이 오히려 피해 예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일선 경찰들도 이런 부작용을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수사 기능에서 근무하는 서울의 한 경찰관은 “과거 사기금액이 크거나 상습범이라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대체로 인용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증거인멸, 도주 우려, 가족관계까지 모든 요건을 따진다”고 설명했다.

사기 피의자가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또다시 사기를 저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5월에는 부동산학원을 차려 수강생들에게 신축 빌라 투자를 미끼로 30여억원을 편취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이미 사기 혐의로 고소됐음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사기 행각을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의 공분을 샀다. 〈헤럴드경제 7월 11일자 22면 참고〉

지난해에는 40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으나 가족 명의 휴대전화로 범행을 지속하다 결국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불구속 수사’ 원칙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도를 일부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제 규모가 급속하게 커졌고, 개인 간 돈거래도 다른 선진국 대비 많은 편이라 사기죄도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형사·사법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습범’에 집중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현대사회에선 ‘사기가 직업’일 정도로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이가 많다는 점, 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예방이 필수적”이라며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는다면 유죄가 확정된 사기범에 한해선 신상공개를 하는 등의 보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사기범죄를 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고액 금융 사기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다중사기범죄피해방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사기죄는 사람의 신뢰를 악용하는, 질 낮은 범죄”라며 “사기죄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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