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포스코지주사 이전특위'구성 두고 남·북구 패싸움
경북 포항시의회가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 이전 문제를 두고 지금까지 저자세로 일관해오다 최근 시의회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리자 급하게 포스코·자주사 포항이전을 다루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해 3일 긴급 임시회를 열었지만 특위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남·북구 시의원들 간 패가 갈리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을 빚었다.
포항시의회는 이날 오전 임시회를 개최하고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상생협력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시의원들은 성명서 발표 내용을 두고 남·북구 의원들이 갈라져 양 국회의원 패거리 정치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형성되고 있다.
이날 의원 전체 간담회에서는 특위 구성인원과 활동기간, 추천의원 등을 확정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포스코에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었지만 간담회 도중 성명서에 포함된 내용을 삭제 여부를 두고 의원들 간 이견이 발생했다.
이날 김영헌 포항시의원(구룡포·동해·장기·호미곶)은 “성명서에 적힌 3가지 요구사항 중 ‘포스코가 포항 지역 발전을 위해 적극 투자와 포항의 미래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이전이 중요하다”며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과 포스코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사항을 넣으면 우리가 주장이 부분이 분산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은 “성명서에 들어가는 내용은 합의서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포항시의회가 포항시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합의서 이행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영헌 의원은 재차 발언에서 “포스코홀딩스 등이 포항에 이전한 뒤에 요구해도 늦지 않다. 합의서에 포함된 3가지 요구사항조차 안 지켜지는데 다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해곤 포항시의원(연일·대송·상대)도 “지금은 포스코홀딩스 포항이전을 강조해야 하지 포스코의 적극적인 지역투자 내용은 성명서에서 삭제를 해야한다”면서 앞서 김영헌 의원의 발언에 힘을 보탯다.
이에 김민정 시의원(장성)은 이들의 주장과 반대의견을 냈다.
김민정 의원은 “포스코의 이전에 도시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시민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3가지 요구 조건은 별개의 주장이 아니라며 굳이 이걸 분리하는 것은 지방의회가 포스코홀딩스 문제를 두고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을 제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큰 갈등은 특별위원회 구성과정에서도 재차 발생했다.
김영헌 의원은 “현재 포스코홀딩스 특별위원회에 구성된 의원들은 북구 의원들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포스코 소재지가 남구인 만큼 남구 시의원들이 특위 주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자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험악한 분위가 연출됐다.
당초 특별위원회 의원에 추천된 의원은 위원장에 김민정 의원으로 하고, 총 9명의 특위의원 중 북구 의원으로 김민정, 김상민, 김일만, 김종익, 김하영, 백강훈, 전주형 의원으로 북구 의원만 7명으로 구성됐으며, 남구 의원에는 김철수, 함정호 의원 2명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영헌 의원을 필두로 해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하면서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김성조(장성) 의원이 “지진은 북구, 포스코홀딩스 문제는 남구”라며 힘을 실었다.
이후 특별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일만 의원, 부위원장에는 양윤제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결정된 특위에는 김상민·김상일·김일만·김철수·방진길·백강훈·양윤제·전주형·함정호 등 9명이 특위 위원으로 확정돼 북구 의원 5명, 남구 의원 4명으로 특위가 구성됐다.
이날 수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정회 과정에서 시의원들 간의 갈등과 고성이 오가는 정례회가 이 반복되자 지역정가에서는 포스코홀딩스 문제를 두고서 북구의 김정재 국회의원과 남구의 김병욱 국회의원 간 힘싸움 대리전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포스코지주사 문제와 관련해 양 국회의원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시의원들을 앞세워 이전투구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포항시의장에 백인규 의장이 선출되면서 이같은 일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백인규 의장이 의장을 맞고 있는 한 부인과 아들이 100%의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포스코 계열사 A 운송회사가 일감을 받기 위해서는 포스코홀딩스 포항이전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백인규 시의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의회로 만들 것 ”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항시민들의 대의기관인 포항시의회가 포항시와 시민단체들이 지난 2월부터 포스코홀딩스 포항이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의회가 포스코홀딩스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 것에 시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나서야 마지 못해 포항시의회가 이제서야 움직이는 건 책임 면피를 위한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범대위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정재 국회의원의 심복인 김일만 의원이 포스코상생특위 위원장에 선출됐다는 점에서 김정재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포항시의회 특별위원회는 믿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시민 B씨는 “포항시의회가 포스코 관련 특위회를 마지못해 구성하면서 백인규 의장은 빠지고 김일만 부의장을 특위 위원장으로 내세우는 것은 소가 웃을 코미디를 벌이고 있다”며 “상식이 없는 시의회라며, 지역의 가장 큰 현안 문제에 조금의 진정성도 없는 포항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오주호 기자(=포항)(phboss7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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