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노드스트림1 터빈 반환 불가"..독 "언제든 가능"

최서윤 기자 2022. 8. 4.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 '40→30→20%' 가스 공급 더 줄일 구실 찾나
독 "가스 러에 의존해온 게 실수..유럽 분열 시도 보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3일(현지시간) 지멘스에너지 뮐하임공장을 직접 찾아 "노드스트림1용 터빈이 수리돼 여기 있다. 언제든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2022. 8. 3.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을 독점하는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3일(현지시간) 독일과 연결된 가스관 노드스트림1 터빈 반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해당 터빈이 정비를 마치고 독일에 있어 언제든 사용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는데, 이에 반박한 것이다.

논란의 터빈은 지멘스 에너지 제품으로, 캐나다에 수리를 맡겼다가 대러 제재에 묶여 반환이 일시 지연된 바 있다. 이는 지난 6월 처음 가스프롬이 노드스트림1 공급량을 기존의 절반 이상인 40%로 줄인 근거가 됐다.

이어 가스프롬은 터빈 수리 지연을 재차 이유로 들며 7월 20일부터는 30%로, 또 다른 터빈을 문제 삼아 7월 27일부터는 20%로 계속 공급량을 줄여왔다.

이 때문에 터빈 사용 가능 여부를 두고 벌어진 독일과 러시아의 공방은 결국, 러시아가 다시 한 번 공급량을 줄이기 위한 구실일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터빈 반환 가능", "불가"…독 vs. 러 '공방'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3일(현지시간) 지멘스에너지 뮐하임 공장을 찾아 노드스트림1용 터빈이 수리돼 사용 가능하고, 언제든 러시아로 보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크리스티안 브러치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 2022. 8. 3.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AFP·로이터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공방은 3일(현지시간) 숄츠 총리가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직접 지멘스 에너지의 터빈을 시찰하면서 시작됐다.

숄츠 총리는 터빈 바로 옆에 서서 "이 장치는 지금 사용 가능하고 작동 중"이라며 "납품이 안 될 이유가 없다. 독일에서 러시아로 수출하는 데 필요한 승인도 모두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노드스트림 1 터빈 반환을 지연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러시아 대통령실에서 먼저 반박이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로 터빈 반환이 지연되는 건 서류 미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뒤이이 이번엔 가스프롬이 성명을 내고 서방의 제재 때문에 터빈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재차 반박한 것이다.

가스프롬은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의 제재와 지멘스 측의 기존 계약 의무 이행상황 불일치로 인해 073엔진(해당 터빈)을 포르토바야 압축스테이션으로 인도하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유럽 분열 시도…푸틴, 우리랑 게임 하려 해"

AFP 통신은 가스프롬의 이번 성명을 두고 "러시아 정부가 터빈을 러시아로 반환하는 것을 지연시키면서 가스 공급을 더 줄일 구실을 찾고 있다고 의심하는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우리와 게임을 하려 하는데, 서방 동맹을 분열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베어복 장관은 "러시아의 값싼 가스에 이토록 의존해온 것은 실수"였다고 탄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까지 독일의 대러 천연가스 의존도는 55%로, EU 평균(40%)보다 높았다.

현재 독일은 가스 공급처 다변화와 EU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전용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가 권고안으로 내놓은 '2022년 8월~2023년 3월 에너지 사용 15% 감축안'을 따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또한 독일은 지난 6월 노드스트림1 가스공급량이 40%로 줄어든 상황에서 가스공급 경보를 2단계 '비상'으로 상향하고 사용 절감에 나섰는데, 최고 단계인 3단계 '위급'으로 추가 상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가스 배급제가 실시돼 가스가 가정과 의료시설 등에 우선 공급, 산업용 전력은 부족해져 경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캐나다 측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터빈을 러시아에 반환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푸틴의 "분열 시도"를 규탄했다고 AFP는 전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퀘벡을 찾은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 8. 3.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좌)과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몬트리올 매리어트 호텔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2022. 8. 3.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한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주 러시아로부터 7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별도로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르반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결국 극심한 가스 공급 부족 속 EU의 단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단일 대오를 시험대에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