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매료시킨 韓 블랙이글스의 피라미드 상공 에어쇼..FA-50 수출 '청신호'

이종윤 2022. 8.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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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기자서 '피라미드 에어쇼 2022' 열려
이집트 세계 최초로 피라미드 인근 상공에서 개최..
블랙이글스, 이집트 특수비행팀과 합동비행 선보여
이집트, 한국과 방산 협력 FA-50 도입 적극 검토 중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인근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에 태극 문양을 수놓으며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다. 외국 국가의 공군 특수비행팀이 피라미드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블랙이글스는 3일 오전(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기자 대피라미드 인근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이집트 공군 특수비행팀 '실버스타즈(Silver Stars)'와 합동비행을 선보였다.

4500년이 넘는 역사의 세계문화 유산인 피라미드 인근은 비행 허가가 까다로워 이집트 공군 외 외국 공군의 에어쇼가 열린 적이 없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인근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이집트 측이 한국 공군을 첫 에어쇼 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한국과의 방산 협력 강화와 한국 조종사들의 뛰어난 조종실력과 항공기(T-50B)의 우수성을 인정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블랙이글스는 최근 영국 리아트·판버러 에어쇼에도 참가했으며 폴란드 뎅블린 공군기지에서의 비행에 이어 이집트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리아트' 에어쇼에선 10년 만에 참가해 창의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10년 전처럼 최우수 디스플레이상과 인기상을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피라미드 에어쇼엔 이집트 측에서 모하메드 압바스 힐미 하쉼 공군 사령관과 관광유물부·청소년스포츠부·민간항공부장관 등 군·정 고위 당국자와 군인·참전용사 및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측에선 홍진욱 주이집트대사와 공승배 공군 교육사령관(소장), 이봉근 KAI 수출혁신센터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현지 교민 100여명도 현장에 초청됐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이번 에어쇼는 전 세계 70여개 매체가 현장에서 취재 경쟁을 펼친 가운데 이집트 군악대의 연주, 한국과 이집트의 국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곧바로 이집트 공군 대원이 패러글라이딩과 바이크를 결합한 형태의 '델타 마이크로 항공기'를 타며 등장했다.

이어 '델타' 헬리콥터 10대가 피라미드 인근에서 편대 비행하며 나타나 정지비행 기술인 호버링 등을 보여줬고, 중국산 K-8E '카라코럼' 항공기종을 운용하는 이집트 비행팀 '실버스타즈'는 약 11분간 다양한 형태의 편대 비행과 교차 비행, 배면 비행, 트위스트 비행 등을 선보였다.

뒤이어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함께 '블랙이글스'는 피라미드 상공을 날아올랐다. 블랙이글스는 이날 30여분간 상공을 날면서 총 24개 기동을 연출, 붉은색과 푸른색 연막을 분사하며 '실버스타즈'보다 빠르고 높게 비행했다. 이들은 마치 1대처럼 근접한 상태에서 다이아몬드 대형, 독수리 대형 등을 만들기도 했다.

피라미드 상공서 비행하는 블랙이글스 (서울=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이집트 카이로 인근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이어 블랙이글스가 흰색 연막을 내뿜으며 솟구친 항공기들이 태극 문양을 하늘에 수놓자 관중석에선 연신 '코리아'를 외치며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항공기들이 수직으로 떨어져 마치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레인폴' 기동, 8대가 정면으로 함께 날아오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웨지 브레이크' 기동을 선보이며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비행은 국산 항공기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공군과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도입을 적극 검토중인 이집트 공군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피라미드 에어쇼는 양국의 우호협력 증진을 넘어 'K-방산'의 해외 핵심 거점 마련 일환으로도 평가된다. 한국과 이집트는 올해 초 성사된 K-9 자주포 수출 협상 이래 물밑 교섭을 통해 FA-50 수출과 현지 공동생산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공군 제53특수비행전대장은 "이집트를 방문해 보니 고등훈련기 사업으로 FA-50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것을 알게 됐다"며 "(이집트) 군 관계자들이 에어쇼를 보고, 항공기 기능을 본다면 T-50 계열 항공기에 매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지 피라미드 일대에서 진행된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이집트 공군 파일럿 아흐메드 사카 씨는 "우리가 하기 어려운 기동을 블랙이글스가 많이 보여줬다"며 "물론 블랙이글스가 멋진 친구들이고 비행기량이 뛰어나기에 가능하지만 우리도 같은 비행기를 쓴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공연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홍진욱 주 이집트대사는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도 '역사적인 장면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번 에어쇼가 양국 간의 깊은 신뢰 관계를 반증해 준 게 아니냐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교민 김상우씨는 "요즘 우리나라 무기들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데 이집트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피라미드에서 우리 공군이 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이집트 공군 헬기 조종사와 함께 에어쇼에 온 이집트 소년 맬릭 군은 "실버스타즈도 멋있지만 블랙이글스는 최고"라며 "한국 노래를 좋아하고 나라는 잘 몰랐는데 오늘부터 한국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용민 공군 53특수비행전대장(대령)이 3일(현지시간) 피라미드 에어쇼 2022 행사장에서 국방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아프리카와 중동의 최대 군사강국인 이집트는 2023년 기종 선정을 목표로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수명이 도래한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특히 차기 핵심 전력 확보에도 관심이 커 한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잠재 수출 대상국으로도 손꼽힌다.

공군과 우리 방산업계는 이집트 수출 및 공동 생산으로 이집트군의 수요를 충족한 후 제3국 수출까지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양국은 생산시설뿐 아니라 정비 등 후속군수지원(MRO)을 위한 협력 방안도 모색 중이다.

ㄴ이봉근 KAI 수출혁신센터장은 "향후 10년 내에 FA-50 1000대 수출 목표가 가시화되고 있는 순간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이집트와 협력해 FA-50의 아프리카 버전을 개발하고,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의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랙이글스는 이번 이집트 피라미드 에어쇼를 마치면 사우디, 오만, 인도, 태국, 베트남을 거쳐 필리핀에 도착하게 된다. 필리핀 영공에 들어갈 때에는 우리가 수출했던 필리핀 FA-50 비행기가 호위해 착륙할 예정이다. 이후 대만을 경유해 한국에 도착하게 되며 장장 3개월 일정이 막을 내리게 된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지 피라미드 일대에서 진행된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국방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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