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에 "의사 부족" VS "뇌출혈 분야 기피"..엇갈린 의료계 목소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뇌출혈 치료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어떤 문제 있는지 알아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에 이어진 의료계 내부 목소리가 ‘의사 수 부족’ 대목에서 다소 충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건 당일 의료공백 발생을 근거로 의사 수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단순히 숫자 부족을 볼 게 아니라 저수가 등 의사들의 뇌출혈 분야 기피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리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3일 성명에서 “국내 최고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학회나 휴가 등 변수가 존재해도 환자가 365일, 24시간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각종 평가도 이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할 의사가 없어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은 매우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원내 직원 응급수술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은 해당 시간에 의사가 없었던 이유와 전원에 걸린 시간 등 자세한 사망 경위 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당일 의료공백 발생과 관련해 규정과 원칙을 위반한 점이 없었는지 불필요하게 이송 시간이 지체된 점이 있다면 그 사유를 꼼꼼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사건 배경에 존재하는 의료공백, 즉 의사 인력의 부족 문제에 다시금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17년째 제자리걸음인 의대 정원을 수요에 맞게 대폭 확대하고 응급·외상 등 필수 의료를 책임질 수 있게 양성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는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도 지난 2일 낸 성명에서 “필수 의사인력이 자리를 지켰다면 동료가 안타까운 죽음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보건의료노조에서 주장하는 의사인력 확충 요구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부각했다. 그리고는 “병원은 의사직의 적정인력 확보와 합리적인 운영을 하길 바란다”며 “의사들은 20006년 이후 막혀 있는 의대 정원 확대 요구에 반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가 낸 추모글도 “국내 초대형 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을 받지 못해 발생한 죽음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운 중대한 사건”이라고 적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한병원의사협의회(협의회) 성명은 이들 단체와 결이 다른 것으로 읽힌다.
협의회는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간호협회나 노조 주장처럼 단순히 의사 수 부족에 기인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사망한 간호사의 사인이 뇌출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고, 대한민국의 뇌출혈 치료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아산병원 응급실 의료진의 색전술 처치에도 간호사의 출혈이 멈추지 않은 점을 언급한 뒤, 중재적 시술 ‘클립핑(clipping)’ 가능 의사가 해외연수와 휴가로 인해 현장에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또, 클립핑 수술의 어려움과 낮은 수가 등을 들어 “대한민국의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대비 적은 편이 아니지만, 상당수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출혈 분야를 외면하고 그마저도 클립핑보다 ‘코일링(coiling)’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재적 시술은 수술은 아니지만 수술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대퇴동맥에 관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뇌동맥류에 시행하는 코일링보다 개두술(開頭術)이 필요한 클립핑은 상대적으로 고난도인데다가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어서 일부 의사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언급하듯 협의회는 “수많은 의사가 필수 의료를 외면하는 이유를 우리는 안다”며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 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의사 수 부족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정치적인 잇속을 채워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필수 의료 분야를 시작으로 저수가 체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번 사건을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증원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단체들은 그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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