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국가의 밝은 미래는 건강한 '가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서울=뉴스1) =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임병헌 국민의힘 국회의원.
미래를 말할 때 모두들 시스템화된 AI(인공지능)와 가상세계를 말하지만, 결국 미래세계도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영위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사회의 존립 기반이자 국가의 출발점인 ‘가정’이라는 매개는 미래사회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으로 볼 수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절실하고도 기본적인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근원부터 통찰한 지혜로운 교훈이라고 하겠다.
조사결과 최근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 조양 일가족은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족 3명의 마지막 한 달(5월)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발신 전화는 한 명당 5통 안팎이었다, 이마저도 은행과 펜션을 제외하면 일가족 3명이 서로 주고받은 통화가 대부분이었다. 조양 일가족 실종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이어진 탐문수사 과정에서도 가족들이 외부와 단절된 흔적이 드러났다. 실종경보 발령 초기 TV 등 언론에 조양 사진이 줄곧 나왔지만, 일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변 미용실, 교회, 학원, 마트 등 5~6곳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처음 보는 아이다. 기자들이 오기 전엔 이 동네에 산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한 달에 걸친 철저한 사회와의 단절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적어도 자녀 살해 후 부부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와 이웃의 공백이 초래한 사회안전망의 부재 속에서, 광주 초등학생 조양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를 겪었다. 국가와 사회가 조양에게 작은 관심과 기본적인 제도로서의 배려를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고, 반복되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1」에 따르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또는 ‘힘들 때 이야기를 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사회적 고립도’가 2021년 34.1%로 2019년 21.7%에 비해 대폭 증가하였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축소되고 제한됨에 따라 최근 사회적 고립도가 급격한 증가 추세다. 사회적 고립도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 관계망이 얼마나 촘촘하며 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한 개인의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특히, 사회공동체의 인적, 정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고립도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한다. 인적·정서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한 개인으로는 삶의 질과 직결되면서 동시에 국가적으로는 사회적 안정망과도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 또한 2020년 아동 10만명당 401.6건으로 2014년 조사이래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수치는 전국아동보호기관에 신고 접수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생하고 있는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률 제정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아동학대에 관해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조양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통계 결과는 우리 사회의 현황과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책과 사회안전망의 구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족해체 및 가족 불화의 증가를 막고, 가정 내에서의 아동학대를 보다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아동․청소년지원법’ 제16조제1항은 “부모, 법적대리인과 청소년들은 가정 내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양육권자가 자녀 양육의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 가정이 단계마다 생기는 상황에서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정 내 갈등 상황이 비폭력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559개의 청소년청이 있으며, 이들 청소년청은 다양한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또한 독일 연방내각은 코로나 위기가 가정경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국가적 지원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유치원과 학교 폐쇄로 인해 자녀보육과 교육의 대부분을 가정에서 감당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전문가를 통해 돕고 있다. 주기적으로 심리·정서적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컨트롤타워인 청소년청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사회적, 제도적 조치도 원활히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적, 사회적 노력과 움직임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가족구성원이 해체되거나 극단적 불화로 치닫지 않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 되고 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사회적 교육을 통해 바로잡고, 부채의 수렁에 빠진 사람이라도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 등의 정당한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한 조양 가족에게 제도를 통한 사회안전망이 조금이라도 작동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다른 결말을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가정붕괴와 아동학대의 문제는 행정기관들의 유기적 연계와 사회커뮤니티 간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방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신문기사를 접할 수밖에 없었던 필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은, 가정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제도와 사회적 합의에 대하여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앨빈 토플러가 자주 인용했던 문구이다. 안정된 가정, 그리고 그 가정의 구성원들이 함께 건강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우리의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을 때다.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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