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바다로] ② 소멸위기 지역 되살리는 '해양치유' 절실함을 담다
해양치유센터 발판으로 확장 아이템 발굴 속도
태안군, 해양치유 거점 급부상.. 주민 뒷받침
기반시설 설립 후 지속가능 운영 방안은 고민
[바다자원을 통해 신체와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해양치유 산업이 미래 웰니스 사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고 있는데, 해양치유산업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살펴봤습니다.]
꽃잎이 뿌려진 해수에 발을 담근 주민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저마다 탄성을 내뱉습니다.
눈 앞에는 탁 트인 다도해 바다가 펼쳐져 있고, 등 뒤로는 사계절 푸른 난대숲이 포근하게 감싸옵니다.
여기에 조금 전 마신 참가시나무잎차로 속을 달래고, 해수족욕으로 피로까지 풀리니 너나 할 것 없이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평생을 바다에서 지낸 주민들이지만, 바다가 주는 치유를 느끼기는 처음입니다.
족욕 체험에 나선 완도군 약산면 주민인 이명숙씨는 "저는 미역과 전복 등을 생산하는데, 이곳은 평소에 닿고 살았던 바닷물과는 다르다"며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라고 감상을 남겼습니다.
전라남도 완도군 약산도에 지어진 '약산 해안치유의 숲'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해양치유 산업에 뛰어든 완도군이 처음으로 내놓은 해양치유 시설입니다.
60억 원이 투입돼 지난 3월 준공된 '약산 해안치유의 숲'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양치유와 산림치유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직은 시범운영 중으로, 마지막 시설인 해수탕이 이달 안에 마무리되면 다음 달에는 정식 개장을 할 계획입니다.
시범운영 기간이지만 치유지도사 3명이 배치돼 있고, 해양과 산림치유를 동시에 만끽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조영수 약산 해안치유의 숲 산림치유지도사는 "전국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이곳은 해양과 산림치유를 함께 할 수 있다"며 "경관이 주는 마음의 여유로움에 더해 건강 증진과 자가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홍보도 없었지만 준공 후 3개월(4월~6월) 동안 2,911명이 이곳을 찾았고, 이 가운데 465명이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했습니다.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한 222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족도 조사에서는 161명(72%)이 '매우 만족', 54명(25%)이 '만족', 7명(3%)이 '약간 만족' 등 좋은 평가가 나왔습니다.
또 앞으로 진행될 정식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에 대해서는 100%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완도군은 정식 개장에 맞춰 어린이집을 비롯해 학생과 주민 등 유년층부터 장년층까지 홍보를 강화하고, 해양치유 체험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완도군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근처의 한 식당.
취재진이 찾은 월요일은 이 식당의 공식 휴무일이지만, 방문객이 많은 여름 성수기에는 쉬는 날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휴무일로 나와 있어 사전에 알아본 손님들은 오지 않을 법도 한데, 식당은 빈 자리가 없습니다.
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해양치유밥상'.
완도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한 건강밥상으로, 항바이러스 활성에 우수한 톳과 미역귀, 전복 등이 활용됐습니다.
완도군에서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메뉴를 개발했고.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이 식당이 전수 받았습니다.
지난해 11월 해양치유밥상 1호점으로 지정됐고, 완도군은 다른 곳에 2호점, 3호점을 낼 계획입니다.
해양치유 거점시설이 될 해양치유센터 운영에 대비해 '먹는 분야'를 보완하면서, 지역주민과의 접점도 미리 깔아둔 겁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선희씨는 "주민들도 처음에는 해양치유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며 "저 역시 매일 해변을 걸으며 해양치유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완도군이 이렇게까지 해양치유 산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역소멸 위기의 해법을 여기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완도군은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14만여 명에 달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계속 줄더니, 2020년 11월에는 5만 인구가 무너졌습니다.
올해 6월 기준 인구는 4만8,079명으로, 이 가운데 만 65살 이상 노인인구는 16,488명이나 돼 전체의 34.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완도군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소멸위기에 있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89개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직까지 전국 해조류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줄어드는데다 기후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주력 산업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2,053어가에서 34억5,000만 원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5년 통계만 봐도 9,919호에 달했던 등록어가는 지난해 7,095호로 2,824호나 줄었습니다.
지난 2017년 1,520억 원에 달하던 생산액은 2018년 반짝 오르더니 그 뒤로 계속 줄어 지난해는 1,258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백약이 무효한 인구감소에 주력산업까지 흔들린 완도군은 소멸위기에 더욱 절박해졌습니다.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봤고, 유럽의 해양치유 산업에 주목했습니다.
완도군이 해양치유 산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5년.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양수산부의 문을 두드렸고, 기획재정부까지 설득해 2년 뒤 완도를 포함한 4개 지역이 해양치유산업을 선도할 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군청에 해양치유 산업 전담조직을 만들고, 독일 노르더나이시와 프랑스 로스코프와 업무협약을 맺어 국내에서는 해양치유 산업의 선두에 서게 됐습니다.
현재 320억 원을 들여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 해양치유센터를 짓는데 이어, 센터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182억 원을 얻어내 해양기후치유센터와 해양문화치유센터 등도 주변에 추가로 짓고 있습니다.
이 사이에 약산 해안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해양치유밥상을 만들었고, 해양치유 산업을 최전방에서 알릴 치유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318차례 동안 누적 19,114명을 참여시켰습니다.
또 주민들을 해양치유지도사로 양성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 교육까지 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광주와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국도 승격으로 남해안 관광벨트까지 추진되고 있어 주변 분위기도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완도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예산입니다.
중앙에서 예산을 받아 이런저런 시설을 짓곤 있어도 지방비가 들어가야 하고, 유지에도 돈이 들어가긴 마찬가지입니다.
약산 해안치유의숲만 해도 1년 운영비로 5억6,000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 가운데 5억 원을 완도에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5만 명도 안되는 완도군에서는 큰 부담입니다.
게다가 해양치유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시설이 만들어져도 운영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입니다.
그동안은 공단 설립을 생각해왔지만, 현 정부들어 공공기관은 축소하는 분위기라 완도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안환옥 완도군 해양치유담당관은 "해양치유 산업을 추진하며 여러 센터를 짓고 있지만 운영비는 지자체 부담"이라며 "이런 애로점도 국가와 협업할 수 있도록 건의 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완도군과 함께 해양치유센터가 건립 중인 충청남도 태안군도 비전이나 고민은 비슷합니다.
태안군의 경우는 해변 길이만 8㎞에 달하는 달산포해수욕장 근처에 해양치유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태안군은 해양치유에 대한 정부 공모를 보고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강점인 수도권과의 가까운 접근성을 비롯해 피트 등 풍부한 해양치유 자원, 그리고 28개나 되는 해수욕장과 47곳의 캠핑장 등을 내세워 서해안권 유일의 해양치유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4년까지 340억 원이 투자돼 추진될 해양치유센터를 1단계 사업으로 추진한 뒤, 2단계로는 해양치유복합단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주변에 숙박업을 하는 주민들이 많은 만큼, 단순 숙박을 넘어 해양치유를 입힌 마을을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는 지방소멸기금 215억 원을 활용할 계획인데, 지방비 매칭이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음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해안권 수목원 자원까지 연계한 3단계 사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런 큰 사업을 할 때는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재돈 태안군 남면 달산3리 이장은 "아직까지 주민들 분위기는 걱정보다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며 "고용창출과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만큼 성공한 치유센터가 되도록 협조할 생각이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태안군도 앞으로 지어질 센터 운영에 대해서는 공단을 계획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설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용역을 통해 대안을 찾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후발주자인 만큼 사업구상을 실현할 인력양성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송숙현 태안군 전략사업담당관 전략1팀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양치유 사업을 이끌어가는 만큼 여러 난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고민은 태안군이나 완도군만의 것은 아니며, 앞으로 해양치유 산업에 뛰어들 지자체 모두 거치게 될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오일령 (reyong510@naver.com)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