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택근무한다는 ‘일본판 가세연’ 의원… 월 1000만원 세비에 시끌
“출근도 안 하는 의원에게 세비를 줘야 한다니, TV수신료보다 더 아깝다.”
“나랏일하는 사람들은 명예 봉사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왜 돈을 받으려고 하는가!”
“정말로 나라에 봉사하고 싶다면, 월급은 최저 임금 정도만 받아라.”
한국에서만 세비(歲費) 논란이 있는 건 아니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를 치른 일본에서도 세비 때문에 시끄럽다. 해외에 머물면서 재택근무하고 본회의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유튜버 출신 초선 의원이 세비를 받을 자격이 있느냐를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일본판 세비 논란의 중심에는 ‘폭로 유튜버’ 출신인 히가시타니 요시카즈(東谷義和·50)씨가 있다.
그는 지난 2월 일본판 ‘가세연’ 격인 유튜브 채널 ‘연예계의 이면’을 개설, 연예인 성추문이나 도박 등 사생활을 폭로했다. 사업가 시절에 맺은 연예계 인맥들로부터 들은 정보라고 한다. 개설 한 달 만에 구독자 수가 127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나 현재는 계정이 정지됐다.
유튜브로 지명도를 높인 그는 정계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 달 NHK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 참의원(상원) 의원이 됐다. NHK당은 공영방송 NHK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NHK를 때려 부수겠다’, ‘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구호를 외치는 곳이다. NHK당은 득표율 2.4%(28만7000명)로, 비례 1석을 얻어냈다.
본인도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갑자기 국회의원이 됐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당선되고도 “현재 체류 중인 두바이에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3일 열린 임시국회에 등원하지 않은 그는 “귀국 시 체포와 암살 위험이 있다, 경찰이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하면 귀국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 건의 사기와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SNS에서는 일본 국회에 등원하지도 않고 계속 중동에 머물겠다고 하는 의원에게 세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앞으로 국회가 이런 이례적인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월 1285만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세비 논란이 불거졌다. 장기간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서 ‘국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신의 직장’, ‘놀면서 싸우기만 해도 통장에 월천(월급 1000만원)이 입금되는 직장’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지난 4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조은희(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50일 넘는 국회 장기 파행에 대해 면목없다, 국민께 송구한 마음으로 세비 1285만원(세전)를 반납하려 한다”고 밝힌 것이 계기였다.
⇒관련 기사는 여기(50일간 멈춘 국회… 하루 일하고 월급 1285만원 챙긴 의원들)를 클릭.
조 의원의 세비 반납을 계기로 조선닷컴은 전세계 주요국 국회의원들의 보수에 대해 분석한 심층 기사도 실었다(美 의원연봉 13년째 동결, 日 코로나때 삭감… 한국은 5년 연속 올려). 한국의 국회의원 300명이 받아가는 나랏돈이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는 내용이다.
◇日 국회의원 세비는 1년에 2억원
일본 의원들은 세비법에 따라 매달 129만4000엔의 보수를 받는다. 1년에 1552만8000엔이며, 연말 보너스(635만엔)를 더하면 총 2187만8000엔(약 2억1534만원)에 달한다. 2187만엔은 공식 액수이고, 조사연구비, 입헌사무비 등의 명목으로 3000만엔 가까이 더 받을 수 있다.
일본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 수준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 같은데, 정작 일본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상장사 CEO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라는 불평도 나온다.
지난 5월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중의원 의장은 “의장이라고 해도 매달 받는 세비는 세후 100만엔에 불과하다”면서 “100만엔 밖에 안 된다고 말하면 (국민들은) 화내겠지만, 상장회사 사장들은 수억엔씩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손에 쥐는 세후 세비가 100만엔도 안 되는 의원도 많은데 의원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반대로 증원해도 괜찮다”면서 “민주주의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의원들이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의 ‘저연봉’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본 국민들은 “돈 관념이 일반 국민들과 다르다”, “100만엔은 엄청 큰 돈인데, 100만엔 밖에 못 받는다는 식의 발언은 안 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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