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51)함없에 이름

김종길 다석철학 연구자 2022. 8.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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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老子) 48월은 하고픔을 덜고 또 덜어서 ‘함없’(無爲)에 이르는 길이다. 그 길은 늘 일없음(無事)으로 하지 않음이 없는 길이다.

일없다!

일없는 그 자리!

빈탕한데!

억지로 하는 일이 없어야 함(爲)이 올발라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없’으로 하는 일이다. 없(無) 하나가 춤추듯(舞) 숨 돌려(氣運) 모든 일을 한다. 그러니 없이 있을 다 한다고 말해야 옳은 말이다. 없은 집집 우주의 숨 하나가 가득 가득 돌아가는 돎이요, 비고 비어서 텅텅 빈 빈탕이 솟구치는 ‘곧있곧빔’(卽有卽空)의 참숨(眞氣)이다. 모든 눈앞의 꼴짓(現狀)이 곧 그대로 바뀌고 또 바뀌어 돌아가니(易) 다 빔(空)이지 않은가!

억지로 하는 일이 없어야 함(爲)이 올발라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없’으로 하는 일이다. 없(無) 하나가 춤추듯(舞) 숨 돌려(氣運) 모든 일을 한다. 닝겔, 흐르는 시선7, 2022, 아이패드

녘, 易, 해 질 녘, 해달이 돌아가는 고요한 숨의 빈자리, 해달이 서로 갈마들어 하나로 있는 자리, 둘 다 없는 그 자리, 아침놀의 자리, 울돌목의 그 자리에 깨 캐낸 ‘참나’(眞我)는 안팎이 없는 집집 우주에 오롯한 홀로, 홀 하나, 외짝 지게문조차 사라진 늘(常)의 마음자리에 솟은 하나, 그 하나 마음에 녘(易)이 숨 돌리며 숨줄(易經)이 스멀스멀 새어 나오니, 마음 집 부수고 그저 없긋(無極)의 빔(空)이 솟아 돌아간다.

이름 없에, 하늘땅이 비롯!

없에, 숨어 이름 없는 길이 있!

그 없이 있는 길을 가!

세상살이의 온갖 배움은 배우고 배울수록 날로 더한다. 더하고 더하는 일은 싶음(欲望)의 ‘낮힘’(下力:賤)을 키우는 일이다. 써먹기부터 하려는 배움의 낮힘이 커지면 저 자신을 자꾸 높이려고 한다. 39월에 “높임(貴)은 낮힘으로서 밑을 삼고, 높(高)은 아래로 터 됐음이여”라고 했다. 써먹으려는 낮힘을 밑 삼으니 저를 앞세워 제뵘이(自見者)가 되고, 저를 앞세워 제옳건이(自是者)가 되고, 저를 앞세워 제봐란이(自伐者)가 되고, 저를 앞세워 제자랑이(自矜者)가 된다. 제뵘이, 제옳건이, 제봐란이, 제자랑이는 착하지 않다. 길가진이(有道者)의 ‘늘삶’(常生)은 저 없이 스스로 저절로 있는 그대로 가는 삶이다.

우리말 ‘늙은이’의 ‘늙’에는 ‘늘’과 ‘늑’이 더불어 있다. 길의 참뜻은 이제 예 여기의 ‘늘’(常)에 있고, 주역(周易)의 지천태(地天泰)로 푸는 ‘늑’은 잘 통해서 고루 짓고 기르는 저절로를 뜻한다. 땅 아래 하늘 숨이 깃들어 돌아가는 꼴이다. ‘늙’은 그러므로 늘 잘 통해 돌아가는 저절로가 아닌가. 늘삶의 있는 그대로 가는 삶을 가고 가야 늙은이가 된다. 그러므로 늙은이는 아름답다. 그에게 숨은 길이 있다. 그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 늙은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슬프고 끔찍한가.

참알줄(道德經)의 길(道)은 늙은이(老子)에 있다!

속알(德)이 익고 영글어 툭 떨어지는 자리에 길의 흰빛(恍惚)이 환하다!

곧있곧없(卽有卽空)에 터진 흰그늘(日影)의 살알(生靈)을 모시라!

길은 하루하루 자신을 스스로 가르쳐 익히고 깨닫는 닦아감(修行)이요, 저절로 익고 영글어 뚝 떨어질 때 드러나는 환한 열매의 씨알로 여물어 가는 것이다. 여물고 여물어 다 익고 영근 열매는 알짬(精)으로 시원하게 비워진다. 오늘살이로 닦고 닦아야 하는 것은 ‘닦아남’에 매이지 않기 위해서다. 닦아났어도 나날이 밑을 터 열어야 새로워진다. 매이지 않아야 스스로 저절로 하루하루 높속알(上德)이 되고, 스스로 저절로 높오르는 ‘높’(高)이 된다. 스스로 저절로 아래가 터 됐음이다. 길은 가고 갈수록 날로 덜어진다. 저절로 아래가 터 되는 ‘깊힘’(深淵力)이 크고 커서 텅 비워지기 때문이다. 깊힘이 커야 세상을 집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

외짝 지게문이 걸린 방에 여섯은 그대로다. 참나(眞我)는 처음부터 든 적이 없어 나지 않는다. 하늘(ㄱ)과 땅(ㄴ)이 돌아가는 마음(ㅁ)은 ‘가’로 돌고 ‘나’로 돌아가는 ‘마’의 옴(眞言) 욈이다. 옴마니반메훔! 욈 하나로 늘 돌이켜 거꾸로 스스로를 비춘다(回光返照). 나 잘난 없는 ‘낮춤’(謙遜)이요, 더 잘난 없는 ‘모심’(侍)이 방(房)에 스스로 있을 뿐이다. 외짝 문은 안에서 열린다. 날로 더하면 그 문이 뚜렷하고, 날로 덜어지면 그 문이 없어진다. 문이 뚜렷하면 벽에 가려 아무것도 안보이고, 문이 없어지면 벽도 없어서 세상이 다 훤하다. 종종 외짝 문이 크게 뚜렷하거든 화들짝 깨야 하리. 세상 온갖 것을 배워 날로 더하니 좀 안다고 깝죽거리며 지게문(戶)을 대문(大門)으로 보는 꼴이 아닌가.

사랑이 : 배우길 하면 날로 더하고, 길 가기를 하면 날로 덜어진다는 말. 배움은 그것이 무엇이든 배울수록 날로 더해지지. 33월에 “남 아는 것이 슬기, 저 아는 게 밝”이라고 했어. 남을 잘 아는(知) 것이 슬기롭다는(智) 거야. 배워서 앎이 커지고 슬기로워지면 어짊과 옳음이 난다고도 했지. 또 앎과 슬기가 나오자 큰 거짓이 보이고…. 눈에 잘 보이는 저 외짝문은 큰 거짓이겠지?

사슴뿔 : 써먹기부터 하려는 배움은 끊어야 근심이 없다네. 문제는 어짊이니 옳음이니 앎이니 슬기니 하는 따위는 늘 기우뚱 기울고 엉켜서 꼬이는 것이라네. 18월에 “얼줄 끊기고 혼쭐나면 결국 사람살이 길에 법 세우지.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을 피어 올리는 앎과 슬기, 어짊과 옳음은 사람 다스림 위한 바른길이야”를 말했는데, 그 길은 사람길(人道)이지 하늘길(天道)이 아니라네. 사람길일지라도 늘 외통수 길로 처박히지 않도록 해야 하늘길이 보인다네. 길은 가고 가는 것이지, 길 따름이 아니라네. 길은 닦고 닦아 가는 것이지, 길 닦음이 아니라네. 스스로 가고 가야 날로 덜어진다네. 가는 길은 늘 움직여 도는 큰긋(太極)의 숨(氣)이라네. 길 가길 하면 날로 덜어지는 이유는 길이 곧 하늘이기 때문이라네. 하나로 늘 없이 하시는 길! 그 하늘길이 열려야 외짝문도 없다네.

사랑이 : 날로 하고픔을 덜고 덜어야 ‘함없’(無爲)에 이른다는 말. 함없어 하지 않음이 없어야 세상이 올발라진다는 말. 문제는 하고픔의 함이구나.

사슴뿔 : 그렇지. 써먹기부터 하려는 배움은 끊어야 하듯이 하고파서 끝끝내 하려는 함(爲)은 없애야 한다네. 하고픔이 없어야 함(爲)이 제자리를 찾는다네. 스스로 저절로 있는 그대로의 그러함(自然).

사슴뿔 : 풀어 읽으면, 그러므로 세상을 집는 데는 늘 일없음으로써 하고 그 일이 있고 있게 가면 세상을 집고 일어설 발이 못된다, 그런 말이라네. “있게스리가면”은 ‘일있음’(有事)을 자꾸 더해간다는 뜻이라네. 더하고 더해서 있게 가는 길은 사람이 사람의 힘으로 이루려는 일이라네(人爲). 그건 하늘길이 아니라네.

사랑이 : 오호라. 그러니 세상을 집는 데는 늘 일없어야 하는구나. 세상을 집고 일어선 발이 하늘길을 가는구나. 늘 일없음으로써 세상을 돕고, 세상을 도와 스스로 일어선 발이 저절로 다 하는구나. 그러니 하고픈 일로 일이 있게 가면 안 되는구나. 자, 그럼 48월을 새로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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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은
다석철학 연구자다. 1995년 봄, 박영호 선생의 신문 연재 글에서 다석 류영모를 처음 만났는데, 그 날 그 자리에서 ‘몸맘얼’의 참 스승으로 모셨다. 다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민중신학과 우리 옛 사상, 근대 민족 종교사상, 인도철학, 서구철학을 좇았다. 지금은 그것들이 모두 뜨거운 한 솥 잡곡밥이다. 함석헌, 김흥호, 박영호, 정양모, 김흡영, 박재순, 이정배, 심중식, 이기상, 김원호 님의 글과 말로 ‘정신줄’ 잡았고, 지금은 다석 스승이 쓰신 <다석일지>의 ‘늙은이’로 사상의 얼개를 그리는 중이다.

■닝겔은
그림책 작가다. 본명은 김종민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큰 기와집의 오래된 소원>, <소 찾는 아이>, <섬집 아기>, <워낭소리>, <출동 119! 우리가 간다>, <사탕이 녹을 때까지> 등을 작업했다. 시의 문장처럼 사유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다.

김종길 다석철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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