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삭풍에 버블 논란까지'..K-바이오가 살아남는 법
자금 회수, IPO 치중..투자 환경 악화
"국내 업체, M&A·해외 진출 등 노력 필요"
국내 바이오 업계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바이오 기업의 기업공개(IPO) 문턱이 높아졌다.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VC) 역시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바이오 산업은 신약 연구개발(R&D), 임상시험 등에 대규모 비용이 필요하다. 자금난이 계속되면 산업 침체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수·합병(M&A) 등 투자금 회수(엑시트) 창구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3일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의 '바이오 기업 가치 평가'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이 진단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 조완석 회계법인 더올 상무, 서용범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강지수 BNH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바이오 투자금이 급격하게 줄면서 바이오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신약 개발은 성공 확률이 낮은 데다 보통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공시 의무가 없는 비상장 기업의 경우 정보를 얻는 게 더욱 어렵다.
조완석 회계법인 더올 상무는 바이오 기업의 평가 기준으로 △사업 모델 △파이프라인 진행 현황 △재무 상태 △지식 재산권(IP) 확보 여부 등을 제시했다. 조 상무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땐 현재 연구 단계가 얼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향후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지식재산(IP) 보호가 잘 되고 있는지 등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바이오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VC 사이에서는 수익률을 낮추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강지수 BNH 인베스트먼트 파트너는 "금리가 너무 올라서 리스크가 많은 투자를 대체할 안정적 상품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VC도 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상업적 관점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매력적인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나 상장 시 바이오 기업이 보수적으로 가치를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국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혁신성장지원실 부서장은 "바이오 산업은 본질적으로 미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런 리스크를 공모가를 산정할 때 반영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전문가들은 IPO에 치중된 국내 엑시트 구조가 투자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VC가 자금을 회수할 방법도 사라진 탓이다. 서용범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거의 모든 국내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 상장만을 목표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현금을 확보한 빅파마를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자금 조달 창구가 훨씬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이원국 부서장 역시 "바이오 산업처럼 눈에 보이는 재무 실적이 없고 미래 성장성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 상장이 목적이 되기보단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며 "기업이 임상 등에 드는 자금을 아껴 쓰고 사업 본질에 집중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지만 지금이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기회라는 조언도 나왔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중국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어려워졌고, 한국 기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M&A는 일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시야를 해외로 돌리고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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