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코로나 행복일지

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2022. 8.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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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격리 중간에 몸이 잠깐 좋아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내면의 나와 오롯이 소통할 수 있는 참 행복의 시간이 되었다.

메건 헤이즈의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에선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에 '행복'을 표현하는 50가지의 구체적 순간을 모은 책이 있다.

이 단어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행복의 구체적 순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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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코로나19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백신 3차 접종, 자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모임 축소 등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혼자 지내는 것이 익숙한 사회성 결여자처럼 자체 격리를 하면서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재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약간의 열과 근육통으로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코로나 증상은 위중증으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감기처럼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은 탓에, 착실히 자가격리를 하며 하루 이틀 지냈다. 격리 초반에는 크게 아프지 않아 간단한 스트레칭도 하고, 책도 읽고, 못 보던 드라마도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점 고열이 나고, 심한 근육통으로 휴식의 시간이 고통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인후통으로 병원 재진료까지 받게 되었다. 특히 목이 헌 탓에 침조차 삼킬 수 없었고, 약마저 먹을 수 없었다. 그래도 바나나 덕에 며칠을 버틸 수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족 3명이 함께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를 한 덕에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과 외로움을 달랬다.

한편, 일주일의 시간에 고통의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온·오프라인이 모두 끊은 고요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시간이었던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감정 소비를 할 때가 더러 있다. 재미없어도 있는 척, 싫어도 좋은 척, 할 말은 많지만 없는 척 등 말이다. 그러다 격리 중간에 몸이 잠깐 좋아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내면의 나와 오롯이 소통할 수 있는 참 행복의 시간이 되었다.

메건 헤이즈의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에선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에 '행복'을 표현하는 50가지의 구체적 순간을 모은 책이 있다. 그 중의 필자가 좋아하는 단어를 소개한다. gokotta(예고타, 스웨덴어, 새벽에 자연으로 나가 첫 새소리를 듣는 것), Waldeinsamkeit(바이트아인잠카이드, 독일어, 울창한 숲의 고요한 그늘에 홀로 있는 느낌), mangata(몽가타, 스웨덴어, 물결 위로 길처럼 펼쳐지는 달빛), sobremesa(소브레메사, 스페인어,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 둘러앉아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 ayurnamat(아요르나맛, 이누이트어, 어쩔 수 없거나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일을 차분하게 받아들임), Solarfri(솔라르프리, 아이슬란드어, 계획에 없었으나 날씨가 좋아서 쉬는 날), petrichor(페트리커, 영어, 오랫동안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다가 비가 내릴 때의 향긋한 흙냄새), cafune(카푸네, 포르투갈어, 연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사랑스럽게 빗어 내리는 행위), naches(나헤스, 이디시어, 자식의 아주 작은 성취에도 부모가 느끼는 애정 어린 뿌듯함), 도르리(한국어, 여러 사람이 음식을 내어 함께 먹는 것), 라라(한국어, 즐겁고 흥겨운 삶), 라미(한국어, 동글동글 부드럽게 살다).

이 단어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행복의 구체적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 벤자민 리 워프는 '언어는 단지 우리의 생각을 주고받는 기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생각의 형성 틀(shape of ideas)'이라고 말했다. 여러분들은 '지금 당신은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는가? 필자 역시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추상적인, 덩어리진 '행복'이라는 단어 탓에 그럴 것이다. 세상에는 79억 이상의 인구가 6000여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행복'은 추상적, 덩어리진 단어여서 그 실체를 알기 어렵고, 사람마다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더 많은 '행복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 작은 순간과 기억이 모여 '행복'이 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느껴봤을 '행복의 순간'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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