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TV 패널, 연일 사상 최저가.."내년까지 'L자형' 부진"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3분기 하락 유지, 4분기부터 L자"
"가격 상승 신호 안 보여"..TV용 LCD 철수하는 삼성·LG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TV가 진열되어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1.9.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가격이 사상 최저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시장이 내년까지 'L자' 형태의 장기 침체를 보일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재고가 쌓이면서 적자가 늘어나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가동률을 줄이고 기존 TV용 패널 생산라인을 IT제품용으로 전환하는 등 활로 모색에 나섰다.

4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8월 LCD TV 패널 가격 예상치는 32인치 HD 기준 27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가격(74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른 크기의 패널 가격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43인치 FHD 가격은 121달러에서 51달러로 △49·50인치 UHD는 179달러에서 71달러로 △55인치 UHD는 208달러에서 84달러로 △65인치 UHD는 274달러에서 112달러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상반기 중국 도시 봉쇄 등으로 TV 수요가 감소하면서 세트업체들이 디스플레이 패널 구매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TV 판매가 크게 증가했지만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이후 TV 수요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코로나 특수' 기간에 과잉 공급된 패널 재고 문제도 주요 원인이다. DSCC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재고는 지난 1분기 68일에서 2분기 81일로 늘어나 역대 최대 수준이 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2억달러(약 2600억원)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패널 재고도 94일에서 102일로 늘어났다.

2020년 7월~2022년 12월 LCD TV 패널 가격 현황·전망치(DCSS 제공) ⓒ 뉴스1

이 같은 업황 부진은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48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적자 폭을 키운 국내 LCD TV 패널 사업을 내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 6월 LCD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2분기까지 쌓인 재고만 해도 약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LCD 시장에서 한국을 몰락하게 한 중국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세계 LCD 시장점유율 1위인 중국의 BOE는 지난해 3분기 108억1800만위안(약 2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50억6000만위안(약 1조원)으로 반토막이 났으며 올해 1분기에도 42억5100만위안(약 8000억원)으로 더욱 낮아졌다.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 전이지만 증권업계는 30억위안(약 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패널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3분기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DSCC는 3분기 패널 가격은 전 분기보다 평균 15.6%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 1월 가격을 100으로 설정한 TV 패널 가격 지수는 지난 4월 41.4로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한 뒤 지난 7월에는 33.1로 더욱 떨어졌다. 지수는 하락세를 지속해 오는 12월에는 31.3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DSCC 측은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가 3분기부터 둔화되면서 4분기에는 가격 그래프가 'L자'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까지는 가격 회복이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곧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선 가동률을 낮춰 재고를 줄여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같이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선 패널 공급이 감소된다 해도 당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LCD 패널 시장에서의 질서있는 후퇴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기존 TV용 LCD 패널은 IT제품 등 하이엔드 제품용으로 점차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