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이키·폴로 못 들어와" 제주 상인회 반발에..골프 전문몰로 변한 제주 신세계 아웃렛

제주=배동주 기자 2022. 8.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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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아웃렛인데..전체 56곳 매장 중 11곳이 골프 용품점
중기부 조건부 개점 허용..중복 브랜드 입점 제한 권고 속 고육책
아웃렛 매장 외 정식 매장 입점도 속도

“제주에서 골프 용품을 사긴 그래도 여기가 괜찮아요.”

지난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내부 곳곳엔 빈 공간이 자리하는 등 휑했지만, 골프 매장이 늘어선 구역만큼은 사람이 몰렸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이곳은 신세계(004170)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사이먼이 제주도 내 처음으로 세운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지상과 지하 2개층에 늘어선 매장의 대부분을 풋조이, 세인트앤드류스, 골프존마켓 등 골프 매장이 채우고 있었다.

제주도민 이모씨는 “아웃렛이 아닌 골프 용품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괜찮다”면서 “집에서 가까워 한번씩 찾는데 최근 골프 용품을 파는 매장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신세계사이먼이 제주도에 연 아웃렛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배동주 기자

다양한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싸게 파는 아웃렛이라는 말이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에서만큼은 통하지 않게 됐다.

신세계사이먼은 전체 8835㎡(2672평) 면적 중 4분의 1 가까이를 골프 매장으로 채웠다. 매장 수를 기준으론 전체 56개 매장 중 11곳이 골프 용품점으로 찼다.

조건부 개점이 골프 매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신세계사이먼은 당초 작년 5월 제주 프리미엄 전문관 개관을 예정했지만, 5개월이 지난 같은 해 10월 나이키는 물론, 아디다스, 뉴발란스, 폴로, 타미힐피거 등 아웃렛의 핵심 브랜드를 갖추지 못한다는 조건으로 문을 열었다.

앞서 제주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등 지역 상인단체가 제기한 신규 아웃렛 출점에 따른 상권 피해 우려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주 지역 상권에서 판매하는 브랜드(372개)와 중복되는 브랜드의 신세계사이먼 입점 및 판매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제주도에 들어와 있는 372개 브랜드를 피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시켜야 하다 보니 기존에 들어와 있지 않은 골프 관련 브랜드를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골프 시장이 호황을 맞아 인기가 많아진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골프 매장 확장은 결국 신세계사이먼이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낸 고육지책인 셈이지만, 일부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아웃렛으로 발길을 끄는 나이키 등 대형 브랜드가 빠진 상황에서 골프 매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집객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프리미엄 전문관에 입점한 한 패션 브랜드 사장 김모씨는 “아웃렛은 사실 어떤 브랜드가 얼마나 들어와 있느냐가 해당 아웃렛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의 매출을 결정하는 구조”라면서 “골프 인기 덕분인지 최근에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내부 전경. /배동주 기자

신세계사이먼은 골프 매장 확장에 더해 정식 매장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식 매장은 신제품을 정가에 판매하는 매장으로 할인 단지 형태로 조성되는 아웃렛에는 입점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변화를 택했다.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찾는 발길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날 찾은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관에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 골든구스, 에스티듀퐁 등 5개 매장이 정식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몽클레어, 토즈 등도 정식 매장 입점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입점 브랜드가 56곳인 것을 고려하면 13% 수준이다.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내 한 편집숍 운영 매니저는 “신세계사이먼이 운영하는 파주, 부산 등 아웃렛에서도 편집숍을 운영 중인데 정식 매장이 이만큼 많이 들어와 있는 곳은 없다”면서 “이름에서 아웃렛을 빼고 전문점이라고 한 것처럼 성격 자체를 바꾸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의 브랜드 입점 제한 조건부 개점은 2024년 9월까지 유지된다. 다만 이후 나이키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들어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제주 지역 상인단체 측은 “중복 브랜드 입점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브랜드 입점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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