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회사 "심각한 기만행위"
골절·유산 후 한 달 만에 복귀했지만 유령취급
지난 2월 우울증약 300알 먹고 극단적 선택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정식 조사 필요
[앵커]
YTN은 어제 일하다 다쳐 뼈가 부러지고, 유산까지 했지만, 회사 분위기 때문에 산재 신청은 엄두도 못 낸 장애인 노동자 소식을 전했는데요.
이후에도 이 직원은 계속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습니다.
회사 측의 대응은 어땠을까요?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B○○ 기업 관계자 : 저희 입장에서는 회사의 업무 환경, 업무 분위기를 굉장히 저해하는 심각한 기만행위다.]
[김 모 씨 남편 : 누가요?]
[B○○ 기업 관계자 : 김○○ 씨가요. 기만행위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혼자 지금 우울증약을 드시고 업무 현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을 했잖아요.]
회사에서 우울증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직원 김 모 씨의 남편에게 회사는 '기만'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2018년 회사 내 사고로 김 씨는 골절에 유산까지 겪었지만, 혹여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다른 건물로 자리가 옮겨졌고, 자신을 대신할 후임 직원이 들어왔습니다.
또 김 씨는 수년간 부서 회식에서 제외되는 등 유령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김 씨가 사무실에서 우울증약 300알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지난 2월.
다행히 병원으로 바로 옮겨져 목숨을 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기만행위로 여긴 겁니다.
막말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B○○ 기업 관계자 : 여기서 얘기를 끝내면 앞으로 병원 치료(지원) 일절 없습니다.]
[김 모 씨 남편 : 판단을 왜 상무님이 하시냐고요? 아직 치료도 안 끝났는데, 치료가 끝났나요?]
[B○○ 기업 관계자 : 그 치료를 왜 저희가 해드려야 하죠? 발생 장소가 회사지 회사의 책임이 있는 건 아니에요.]
심지어 회사를 그만두라는 식의 말도 합니다.
[B○○ 기업 관계자 : 그러면 굳이 저희 회사를 다니실 이유가 없잖아요. 안 맞는, 굳이 저희 회사에 보내시려고 하는 이유가 뭐죠?]
김 씨의 극단적 선택을 기만행위라고 단정한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인지 직접 물었습니다.
[B○○ 기업 이사 : 기만행위라고 볼지, 회사의 규정을 위반한 거로 봐야 할지. (그런 규정이 있나요?) 그런 규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어 김 씨가 호소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묻자 이미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말과는 달리, 해당 사건은 정식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
[이경민 / 노무사 : 행정 종결 처분이 나온 거고요. 그래서 이후에 이제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재진정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에요. 직장 내 괴롭힘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현재 휴직 중인 김 씨.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지만, 회사의 막말에 몸과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더 큰 상처를 입어야 했습니다.
[김 모 씨 / 피해 직원 : 7년 동안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사람을 그냥 아, 당신은 그냥 나가라, 아니면 쓸모없는 사람….]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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