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요금 다음은 '데이터 이월?'..이통사들 냉담한 이유

변휘 기자 2022. 8.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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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동통신업계를 또 한 번 옥죄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5G 중간요금제를 관철한 데 이어 '국민제안'을 통해 '데이터 이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통업계에선 정치권이 5G 중간요금제에 이어 데이터 이월을 또 하나의 통신비 인하압박 카드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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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민제안 '톱3' 포함..당장 무산됐지만 향후 '정책화' 관심
/사진=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동통신업계를 또 한 번 옥죄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5G 중간요금제를 관철한 데 이어 '국민제안'을 통해 '데이터 이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제안 절차가 무산돼 당장 추진은 어렵겠지만, '톱3'에 포함될 정도로 여론의 관심이 컸던 만큼 정치권이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됐다. 그러나 이통업계에선 '정액제' 중심의 현재 통신요금 체계에 혼란을 키우고 이용자들의 편익도 낮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지난 1일 대통령실이 마감한 온라인 국민제안 톱10의 투표 결과,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은 57만2664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57만7415건), '9900원 K-교통패스 도입'(57만2664건)에 이어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제안이었다.

앞서 대통령실은 심사를 통해 상위 3건에 대한 제도화 여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투표의 어뷰징 사태가 있어 (톱3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해당 제안을 모두 관련 부서에 보내 정책화 여부를 검토하도록 했다.

애초 국민제안 톱10은 온라인 국민제안에 접수된 1만2000여 건의 민원·제안·청원 중에서 대통령실이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추린 결과다. '데이터 이월'이 10개 중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대통령실의 문턱은 넘었다는 의미다. 또 당장의 정책화는 무산됐지만, 각 부처에 검토를 맡긴 만큼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통업계에선 정치권이 5G 중간요금제에 이어 데이터 이월을 또 하나의 통신비 인하압박 카드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양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5G 요금제의 10~100GB 구간을 세분화하는 '중간요금제' 출시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에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오는 5일 '월 24GB, 5만9000원' 중심의 중간요금제 출시를 예고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뒤따를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이통3사의 자율적 개편 형태지만, 수익성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 이통사로선 정책 목표에 떠밀린 결과다.

데이터 이월도 이통3사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스마트폰이 국민의 보편적 통신수단이 되면서 매월 일정금액을 내고 데이터·음성·문자의 무료 이용량을 제공받는 '정액제' 요금체계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애초 요금 설계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인 만큼, 데이터 이월이 더해진다면 요금체계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또 정액제에선 요금제마다 데이터당 요율이 천차만별이어서, 이월 과정의 계산도 복잡해진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놀이공원에서 5가지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는 '빅5' 이용권을 끊었는데, 오늘 3개밖에 못 탔으니 다음에 와서 2개를 더 타겠다는 것"으로 비유하며 "그러면 애초에 빅5 이용권을 좀 더 비싸게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용자 편익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컨대 기존 5G 요금제 대부분은 정해진 데이터 제공량을 소진해도 1~3Mbps로 속도를 제한해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만큼, 남는 데이터의 이월을 고려해 데이터 제공량이 많고 값비싼 요금제를 이용하기보다는 데이터 제공량은 다소 모자라더라도 좀 더 저렴한 요금제를 쓰는 게 통신비 절감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남은 데이터를 이월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소비자 권익 향상에 기여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통신비를 쓰는 소비자들의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고, 만약 여론을 의식해 강행하면 오히려 요금체계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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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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