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자재값'이 무섭다.. 평일 낮에도 파리 날리는 문래동 철공소 골목

최효정 기자 2022. 8.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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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철공소 골목에서 원자재 납품 및 파이프 제조업을 하는 박모(65)씨는 "자재비가 많이 올랐는데 자재를 운송하는 비용도 많이 들고, 기계를 가동할 때 드는 전기요금도 올라 걱정"이라면서 "아무리 소규모 공장이라고 해도 여름에는 종일 에어컨을 틀어야 되기에 전기요금이 부담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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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재 비용 오르자 구매자들 대체재 선택
중국산 저가 철강재 때문에 가격 올리기도 쉽지 않아
운송료·전기료 인상분 반영하면 수요 급감할까 우려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30여 곳의 철공소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기계 작동 소음은 들리지 않고 한산했다. 바쁘게 움직여야 할 작업자들은 한가하게 에어컨 밑에 모여 수다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이들은 이따금 트럭이 오면 철근을 짐칸에 실어주기도 했지만 담소로 지루함을 달랬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위치한 한 업체 창고에 철제 파이프가 쌓여있다./김민소 기자

문래동 철공소 거리 초입에서 직원 4명과 함께 철근·철판 제조업체를 꾸려나가는 윤모(61)씨는 최근 철재(철로 된 재료)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출이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고환율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철재 가격이 1.6배 정도 뛰었다. 수요가 줄고 매출도 20%이상 떨어져 한가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t)당 145.17달러로 작년 말(t당 108.42달러)보다 34%가량 상승했다. 환율을 반영하면 철강업계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원화로 환산한 t당 철광석 가격은 같은 기간 45%가량 높아졌다.

철재 가격이 비싸지자 구매자들은 대체재를 선택하고 있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스테인리스 제조·가공업을 하는 김모(58)씨는 “철재 가격이 비싸지면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카페에서 카운터 겸용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테이블을 원래는 300만원 정도면 제작했다”면서 “요즘에는 스테인리스 테이블이 400만~500만원선까지 오르자, 나무 테이블이나 유리 테이블 등 다른 대체제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철강업 종사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운송비가 오른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전기요금까지 오르자 제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매가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습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는데, 가격을 추가 인상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했다.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3원)을 연간 조정 폭(5원) 범위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철공소 골목에서 원자재 납품 및 파이프 제조업을 하는 박모(65)씨는 “자재비가 많이 올랐는데 자재를 운송하는 비용도 많이 들고, 기계를 가동할 때 드는 전기요금도 올라 걱정”이라면서 “아무리 소규모 공장이라고 해도 여름에는 종일 에어컨을 틀어야 되기에 전기요금이 부담이 된다”고 했다.

박씨는 “운송료나 전기료 같은 제조 비용이 인상되면 인상분을 대개 판매가에 반영하는데, 근래에는 철강재 가격 자체가 비싸져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재값이 비싸 건설·인테리어 업체들이 시공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추가적인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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