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사건에 'CCTV 확대'만..아무리 늘려도 감시할 사람이 없다
교육부는 같은 달 18일 대학별로 학생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대학은 'CCTV 확충'을 대책으로 마련했다. 인하대, 단국대 등은 지난 3일 머니투데이에 "기존에 있던 CCTV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CTV 만큼 경비원을 늘리려는 대학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상당수 대학에서 경비원이 줄고 있었다. 인하대는 경비원을 2012년 35명에서 올해 13명으로 줄였다. 그밖에 홍익대, 연세대 등도 경비원을 수년째 줄이고 있다.
상당수 대학이 기존 '인력 경비'에서 '출동경비'로 전환한 데 따른 결과다. 지금까지 경비원들은 건물에 상주했다. 이제는 많은 대학이 경비실을 없애도 CCTV를 늘렸다. 경비원들이 중앙관리실에서 CCTV를 감시하다가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현장에 출동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대학으로선 건물별로 1~2명씩 뒀던 경비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연세대는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식으로 경비원을 줄이고 있다. 5년 전쯤 100여명인 경비원이 올해 기준 76명으로 줄었다고 전해졌다.
상당수 대학들은 인력경비보다 출동경비를 선호한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서다. 대학가에 따르면 대부분 대학 경비원들 봉급은 최저시급에 가깝다. 주간·야간·휴일 3교대 근무로 200여시간을 일하고 각종 추가·야간근무 수당을 받으면 한달 270여만원을 받는다.
CCTV는 이보다 저렴하다. 업계에 따르면 CCTV 한대는 평균 5~6만원이다. 보통 쓰는 16 채널(CCTV 16개)에 녹화·저장 장치 비용, 인건비를 추가하면 설치 비용 총액은 평균 26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만 잘한다면 경비원 한달 월급으로 CCTV 16개를 5~6년 쓸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출동경비 체제에서 경비원 한명이 감시하는 CCTV는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인하대는 경비원 1~2명이 CCTV 800여개를 봐야 한다. 연세대는 사설 보안업체 직원 35명이 3교대로 돌아가며 CCTV 2345개를 감시한다.
5년간 대학 경비원을 한 박모씨(57)는 "모니터에 CCTV 영상이 10~20개씩 떠 있는데 콩알만 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CCTV는 사건이 벌어진 후 수사를 위한 것"이라며 "사건 예방을 위해서는 건물마다 경비원이 상시 지키는 것 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했다.
현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경비원들은 각자 건물에 상주했기 때문에 학생이 다치거나 한겨울 노숙인이 들어오려고 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13년째 대학 경비원을 한 현모씨(69)는 "언젠가 술 취해 화장실에 쓰러진 학생을 깨워 집에 보내낸 적이 있다"며 "인하대 사건 건물에 경비원이 있었다면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현재로서 교육부가 대학들의 경비원 축소를 제지할 근거는 없다. 교육부는 "(경비 문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사항"이라며 "최소 경비 인력 기준을 두거나,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문제를 두고 인하대 교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캠퍼스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경비절감을 위해 교내 안전 관리는 부실한 상황"이라며 "대학 본부는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강구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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