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에 0%대 예탁금 이자..지친 동학·서학개미들, 탈출 러시

이기림 기자 2022. 8. 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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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국내외 모든 주식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고, 외화주식 결제금액도 1년9개월 만에 200억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317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26조3459억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고,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11조8836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1월 20조6542억원이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 18조6619억원대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5~6월 16조원대로 내려온 뒤 7월 13조원대까지 떨어졌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6월말 이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지만 거래대금 감소는 지속됐다"며 "고객예탁금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하며 거래대금 및 증시주변자금 감소의 심각성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대기성 자금도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투자자예탁금은 55조3463억원이었다. 올해 1월 67조3979억원에 비해 12조원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월평균 투자자예탁금은 상반기 내내 꾸준히 감소하면서 2020년 10월 수준(53조8307억원)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의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195억6406만달러였다. 지난 1월 323억9200만달러와 비교하면 128억달러 떨어졌고, 2020년 10월(144억2169만달러) 이후 처음 200억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특히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지난달 368만달러어치를 팔며 2019년 8월 이후 처음 순매도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들의 매도 우위에 대해서는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에 7월 미국 증시가 반등하자 증시 이탈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증시도 저점을 찍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를 넘어 '안도 랠리'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베어마켓 랠리는 반등 이후 다시 저점을 낮추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반대(안도 랠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지수가) 저점은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미들의 투자심리는 한동안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 등으로 투자금을 옮기는 '역머니무브'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이자)이 가장 높은 곳은 토스증권(1%)이고 그다음이 NH투자증권(0.5%), KB증권(0.46%) 순이었다. 반면 은행 예·적금은 3~5%대를 넘기고 있다.

이에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27조3532억원 늘어난 712조4491억원을 기록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8조1167억원으로 전월 대비 6524억원 증가했다.

다만 9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 연구원은 "8월에 가장 저조한 (주식)거래대금의 계절성을 감안하면 거래대금 반전은 9월 전후로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9월 전후에 상승 탄력이 더욱 강화되는 시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물가 피크아웃과 통화정책에 대한 확인 등 매크로 측면의 변화가 주가에 긍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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