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숙소 가격이 왜 이래.."황금연휴 해외여행? 포기"

코로나19 재확산·치솟은 여행물가로 수요 주춤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시작으로 부활을 예고한 여행시장의 기세가 시원치 않다. 본격적인 '7말8초' 여름휴가철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객이 폭증할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해외여행 수요가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세로 방역조치가 까다로워질 수 있는데다, 여행물가도 비싸 전반적인 여행심리가 주춤하고 있어서다.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 수는 173만8706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달(28만9990명)과 비교해 6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 6월 국민 해외여행객 수가 41만2798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리오프닝(경기 재개)과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상당한 셈이다.

하지만 항공·여행업계에서 기대했던 만큼 여행수요가 폭증하지는 않고 있다. 앞서 인천공항은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0일까지 '7말8초' 하계성수기 20일 간 171만242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 하루 평균 여객이 8만5621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실제론 6만여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만명 가까이 몰릴 것으로 봤던 지난달 31일의 경우에도 7만명을 겨우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 사태로 꽉 막혔던 여름휴가 해외여행길이 3년 만에 열린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저조한 수치인 셈이다. 여행업계에선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여파가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과 달리 역대 최고로 치솟은 국제선 유류할증료 등 항공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까지 뛰어 여행경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해외여행 포기하는 '휴포자'가 늘었다.

최근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점도 여행객들에겐 부담이다. 한국인이 주로 찾는 여행지 대부분이 해외여행 중 확진될 경우 현지에서 자가격리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숙식 등 제반비용을 여행객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여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만5320명으로 집계된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방역지침이 강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여행심리를 주춤하게 만든다. 실제로 지난 6월 해외입국자의 PCR(유전자증폭검사) 검사시한을 입국 후 3일 이내로 완화했던 방역당국은 지난달 25일부터 다시 입국 1일차에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바꿨다. 다음달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직장인 조모씨는 "여행을 가려면 설레야하는데 방역문제나 비용 등 걱정거리가 더 많다보니 조금 더 미루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의 타격도 커지고 있다. 각종 특가상품을 선보이며 모객에 나섰지만 정작 최소인원 미달로 일정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 입장에선 여행객을 송출하지 못해도 해당 상품을 위해 선점했던 항공사 좌석을 모두 떠안아야 해 출혈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 확산세가 추석 연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초 여행사들은 '황금연휴'로 꼽히는 추석연휴에 해외여행 수요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나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마다 하반기 여행 호황을 노리고 최근 임직원 연봉을 일제히 인상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에 나섰지만, 이대로면 실적회복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름휴가나 연휴에 가장 많이 찾는 일본시장이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여행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인 가격과 코로나19 리스크가 동시에 겹쳐 추석 연휴 모객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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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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