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같이 따로/진경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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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마주 앉았다.
그런데 마주 보지 않는다.
20대 초반, 친구인 게 분명할 둘은 서로의 앞에 앉았지만 철저히 따로였다.
입도 열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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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마주 앉았다. 그런데 마주 보지 않는다. 서로 제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는 뗄 줄 모른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5분쯤 흘렀을까. 20대 초반, 친구인 게 분명할 둘은 서로의 앞에 앉았지만 철저히 따로였다. 입도 열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제각각 손가락만 스마트폰 위를 분주히 뛰어다녔다. 나란히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와 함께 앉는 걸 보지 않았다면 자리가 모자라 합석한 남남이라고 여겼을 풍경.
눈앞에 친구를 두고 둘이 저토록 숨 가쁜 손가락 대화를 주고받는 스마트폰 메신저앱 저편의 누구는 대체 얼마나 각별한 존재들일까. 같이 밥 먹자고 와서 제쳐놓은 저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일상이 된 풍경, 대수로울 게 뭐냐지만 일상이 된 터라 대수롭다. 액정화면 속 온라인을 떠다니는 내가 진짜이고, 오프라인의 난 아바타일 뿐인 MZ세대의 세상.
‘세상의 모든 것들은/바라보아주는 사람의 것이다/바라보는 사람이 주인이다.’
나태주 시인은 뭐라 말할까.
진경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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