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어도 수익 반토막, 손님 안반가워"..치솟는 재룟값 자영업자 죽을맛

김규빈 기자,한병찬 기자 2022. 8.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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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면서 장사하는 기분이죠. 매출은 늘었는데 팔아봐야 남는 게 없어요. 기름값 인상을 어찌어찌 버텼는데 채소 값까지 오르니 못버티겠네요."

혜화동에서 만난 한식당 주인 박모씨(59)는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들이 예민하게 반응해 잘 오지 않는다"며 "내가 조금 더 움직이자고 생각하며 알바생 고용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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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솟값·기름값 안 오른 것 없어..추석 다가와서 더 걱정"
"가격 올리면 손님 안와"..'상추는 옵션' '셀프코너 중단'
25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식당 메뉴 알림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2.7.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한병찬 기자 = "빚지면서 장사하는 기분이죠. 매출은 늘었는데 팔아봐야 남는 게 없어요. 기름값 인상을 어찌어찌 버텼는데 채소 값까지 오르니 못버티겠네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갈비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이모 씨는 식당 앞에 줄서 있는 손님을 보면서도 기뻐하기보다 한숨을 먼저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완화 조치로 손님이 늘었지만 식당 재료비가 크게 올라 시름이 크기 때문이다.

치솟은 물가 때문에 걱정이 많아진 자영업자는 이씨 말고도 많다. 특히 음식점은 오이, 배추, 시금치 등 채솟값이 최근 2배 넘게 올라 매출은 늘어도 이윤은 되레 줄고 있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혜화동에서 삼겹살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장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씨는 "한 단에 1000원 하던 부추가 지금은 3000~4000원 하는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요즘은 상추를 밑반찬으로 세팅하지 않고 달라는 손님에게만 드린다"고 털어놓았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모씨(59)는 "지난달보다 매출이 10% 늘었지만 가져가는 돈은 정확히 절반"이라며 "전기·가스 요금은 물론 인건비, 식자재, 배달수수료까지 다 올랐는데 경쟁업체는 계속 늘어나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들의 체감은 7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 올랐다는 통계청 발표로도 뒷받침된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1월 이후 23년8개월만에 가장 오른 것이다.

소비자물가중에서도 농산물(채소)은 변동폭이 특히 컸다. 채소 값은 일년 전에 비해 25.9%, 한 달 전에 비해 17.2%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도 직원의 확진자 발생 추이 모니터링 강화와 회식자서울 시내 한 거리에서 회사원들이 식당 메뉴 앞을 지나고 있다. 2022.7.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식당 주인들은 메뉴를 바꾸거나 셀프반찬코너를 없애는 등의 방식으로 고물가를 버티고 있다.

혜화동에서 만난 한식당 주인 박모씨(59)는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들이 예민하게 반응해 잘 오지 않는다"며 "내가 조금 더 움직이자고 생각하며 알바생 고용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 삼겹살집 주인 장씨는 최근 어쩔 수 없이 삼겹살 가격을 1000~2000원 올린 뒤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인상된 물가를 생각하면 고깃값을 더 올려야 하나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젊은이들을 생각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는데 그마저도 미안하다고 했다. 장씨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주도 항정살 등 수익이 안나는 메뉴는 포기했다"며 "그런 것들을 팔면 정말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원구 월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9)는 "며칠 전 셀프코너에서 반찬을 잔뜩 가져간 뒤 사진만 찍고 상추, 깻잎, 배추를 다 남긴 손님 때문에 속상했다"며 "음식값보다 남긴 채솟값이 더 비쌌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결국 식당에 안내문을 붙이고 셀프반찬코너 운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는 온라인에도 많았다.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한 네티즌은 "매일 배추 겉절이를 만드는데 배춧값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며 "추석이 다가오면 배추 가격이 더 오를 테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적었다.

백반집을 운영한다는 네티즌도 "기본 반찬을 하나라도 바꾸거나 빼면 단골 고객이 바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소줏값을 5000원으로 올렸더니 불만을 나타내는 손님이 있었다"고 썼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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