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2주간 격무로 뇌출혈 발병한 선관위 단원..법원 "업무상 재해"

뇌병변 장애도 얻어..선관위, 보상금 신청 '거부'
법원 "총선 앞두고 정신적 긴장 높아졌을 것"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0년 4·15 총선 직전 2주간 휴일 없이 일하다 뇌출혈이 발병해 장애까지 얻게 된 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원이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A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요양·재해 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으로 위촉돼 근무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1월 6일부터 단원으로 활동했다.

A씨는 선거운동 현수막 게시 내역을 확인하거나 사전투표소 설치 현황을 점검하는 등의 일을 했다.

A씨는 지역 순회업무를 하던 2020년 4월12일 식사를 마치고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으며, 이후 뇌출혈 진단을 받고 뇌병변 장애도 얻게 됐다.

이에 A씨의 모친은 요양보상금 2억633만원, 장애보상금 2억1883만원을 지급하는 청구를 냈으나 중앙선관위는 "선거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했다.

A씨 측은 중앙선관위의 거부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2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뇌출혈 발병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4월 1일부터 A씨의 근무시간이 기존 주 40시간에서 주 51시간으로 늘어났고, 근무시작 시간도 오전 6시나 7시로 기존보다 당겨졌던 점을 고려했다. 또 A씨는 4월1일부터 뇌출혈이 발생하기까지 휴일 없이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4월 들어 업무부담이 증가했고 선거운동 감시에 대한 정신적인 긴장도가 이전과 달리 확연하게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업환경의학과 역시 A씨에게 기저질환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업무상 과로·스트레스가 질병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경외과에서는 유전성 요인이 중요하다고 알려진 모야모야병에 의해 A씨의 뇌출혈이 발병했다고 판단했으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A씨가 20년간 하루 한 갑씩 흡연을 해왔고 후두암, 뇌경색과 같은 가족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재판부는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의 원인이 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한 때에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된다"고 밝혔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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