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 지정 현실에 맞게 바꿔야..이의제기 절차 마련"
기사내용 요약
국회입법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발표
"동일인 정의 및 지정 요건 보완 필요"
"외국인 총수 지정 여부 등 고려해야"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지정 요건을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기업의 우리나라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 외국인 총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가업 승계가 3~4세까지 이어지면서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해졌다는 이유에서다.
4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를 보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 현황과 개선 방안'이 담겼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을 기점으로 친족 범위, 계열사 등 일정한 범위 안에서 기업집단 규제 적용 대상을 정하고 있다. 사실상 동일인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업 규제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기업집단 관련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 의무를 지게 되고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총 76개의 대기업집단을 지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66곳은 총수(자연인)를 뒀고, 나머지 10곳은 총수 없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총수가 없는 대기업집단의 대표적인 예는 쿠팡과 에쓰오일, 한국지엠 등이다. 쿠팡의 경우 경영자인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대기업 총수로 지정할 수는 없다.
비슷한 이유로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가 최대 주주이며, 한국지엠은 미국계 제너럴모터스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법인을 기업집단의 정점으로 봤다.
이에 공정위는 외국인도 대기업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했지만, 미국 측이 반대 의사로 표명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전에 열린 실무회의에서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문제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보다 불리해선 안 된다'는 규정인데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에쓰오일 등과 비교해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거래법에 동일인의 정의를 명확하게 제시할 뿐 아니라 현재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 부합한 동일인 지정 요건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업집단의 외국 국적 특수관계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실무적 집행 가능성과 관련해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을 판단하는 지분율과 지배력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동일인이 3~4세로 승계됨에 따라 동일인의 지분율 및 지배력이 희석되고 있다"며 "동일인보다 지분이 많은 기관투자자가 출현하고 있는 등 기존의 '사실상 지배력'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동일인 변경 이의제기 절차도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에서는 기업집단이 동일인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면 기존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건강 이상으로 사실상 다른 총수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에도 동일인을 바꿀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는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새 총수를 지정하지 못하자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공정위는 매년 5월1일 기업집단과 동일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을 기점으로 기업집단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았을 때,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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