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400억대 배임 혐의' 백운규 추가 기소키로.. 文청와대도 곧 수사
검찰, '문재인 청와대' 수사도 본격화할 듯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해 1481억원대 손해를 끼치도록 한 혐의(배임 교사)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 백 전 장관이 원전 조기 폐쇄가 한수원에 손해라는 점을 알면서도 산업부 직원들을 통해 한수원에 압력을 넣어 조기 폐쇄를 강행해 손실을 입힌 혐의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 4부(부장 김태훈)는 최근 보완 수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막바지 법리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은 작년 6월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 남용·업무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백 전 장관 등의 지시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출, 월성 원전 가동 중단 의결을 이끌어내 한수원에 1481억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업무방해)로 기소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내려 정 사장이 한수원에 손해를 입히게 한 행동은, 직권남용을 통한 배임 교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결정에 ‘문재인 청와대’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 수사도 착수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전지검은 작년 6월 법원에 낸 공소장에서 백 전 장관이 2018년 4월 ‘월성 1호기 2년 반 동안 추가 가동’ 보고를 올린 산업부 공무원에게 “이따위 보고서를 써왔느냐” “너 죽을래”라며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으로 다시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대전지검은 “백 전 장관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이 한수원에 손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손해를 보전해 줄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게 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작년 백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직권남용·업무방해 외에 배임 교사 혐의도 적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은 배임 교사 혐의 기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검찰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아보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작년 8월 18일 수사심의위를 열고 백 전 장관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이후 소강 상태에 있던 검찰은 지난 6월 검사장 등이 교체되며 수사팀을 새로 꾸려 보강 수사를 한 끝에 약 1년 만에 ‘배임 교사’ 추가 기소 방침을 정한 것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 추가 기소 후 ‘문재인 청와대’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박원주 전 경제수석 등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돼 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 2일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에 등록된 ‘월성 1호기 정비 연장’ 보고서에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고 댓글을 단 직후부터 백 전 장관 등이 조직적으로 원전 조기 폐쇄 작업을 벌였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댓글을 단 지 하루 뒤인 2018년 4월 3일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이 청와대 방침이라는 보고를 받았고, 이후 백 전 장관이 정재훈 사장 등 한수원 경영진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작업을 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월성 1호기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서 한국전력 주주들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은 민간 주주들이 약 40%의 한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원전 조기 폐쇄 결정으로 한전 주가가 하락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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