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 낮지만..가스관 잠그는 러시아가 변수"
韓 물가도 하반기 정점..에너지 가격 안정 조짐
세계 경기 침체 안 온다..'러, 유럽 가스 차단'은 변수
韓, 잠재보다 높은 성장세..3분기부턴 성장 둔화
"韓 금리 인상·부동산 시장 악화에 가계 순자산 감소 우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를 완벽하게 보증하진 못한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전면 차단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IMF는 내년 주요국이 0%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IMF는 물가상승세가 올 하반기 정점을 찍을 것이지만 2024년말이나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지난달 말 세계경제전망(WEO) 발표 이후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 및 아시아태평양,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놨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가 2%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3분기부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순자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하방 위험이 커지더라도 정책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지난 6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1994년 IMF에 입사한 이후 27년 넘게 근무하고 있고 직전까지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을 지냈다.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IMF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 IMF는 7월 WEO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2%, 2.9%로 전망했다. 4월 전망과 비교해 각각 0.4%포인트, 0.7%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국의 낮은 구매력과 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지역 봉쇄와 부동산 시장 위축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유럽 경기둔화 우려 때문이다.
기본 시나리오에선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상하진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는 대안 시나리오에선 내년 미국, 유로 지역 등 주요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 (IMF는 WEO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이 각각 2.6%, 2.0%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칠 영향은?
△ 아시아 전체 무역의 절반 이상이 역내에서 발생한다. 중국의 낮은 성장세는 소비와 수입 감소를 의미하며 아시아 지역의 밸류체인(value chain)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올 하반기 봉쇄 조치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와 내년 각각 3.3%, 4.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의 대규모 출몰, 부동산 가격 하락 조정 등은 갑작스럽고 광범위한 위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유럽은 아시아 전체 수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특히 강력한 무역 연계를 고려할 때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선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일부 희귀 금속의 교역 중단은 반도체, 자동차 제조와 같은 부문에서 공급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성장 둔화는 이런 파급효과를 더 극대화시킬 것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주요국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잠재성장률(대략 2%)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 견조한 회복세가 대외 수요 감소, 글로벌 및 국내 금융상황 악화,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했다. 거리두기 폐지에 따른 민간 소비 증가와 소상공인 지원 등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이 뒷받침됐다. 올해와 내년 한국은 2% 넘는 성장률(2.3%, 2.1%)을 예상하지만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다음 분기부턴 더 느린 성장이 예상된다.(한국은 1분기와 2분기 전기비 각각 0.6%, 0.7%로 성장, 시장 예상치(0.5%, 0.3~0.4%)를 모두 웃돌았다.)
-글로벌 물가상승세는 언제쯤 정점을 찍고 내려올까?
△ 물가상승세는 올해 중 정점을 찍고 2024년말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정책 우선순위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단호하게 철회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물가상승률이 올 연말 약 5%로 끝났다가 2024년께 2%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한국 정부와 한은은 한국 물가상승률이 9월~10월께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될까?
△ 한국의 물가상승세는 주로 높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에 의해 주도됐지만 최근 몇 달 간 가격 상승세는 모든 부문에서 확대됐다. 그럼에도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4% 내외로 한은 목표치(2%)보다 높지만 물가상승률 6%보다는 낮다.(7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6.3%이고, 근원물가는 3.9%이다.) 에너지 가격은 최근 하락했고 가격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안정되는 조짐들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대외 수요 감소와 함께 물가상승세가 올 하반기 정점을 찍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내년엔 에너지 및 기타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다. 다만 여전히 정책당국자들의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내년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지만 중앙은행 목표치보다 높은 반면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느리다.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세가 완전히 꺾였음을 확인하지 않고 경제에 집중해 금리를 내릴 수도 있을까?
△ 중앙은행은 경제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정책금리를 설정한다. 현재의 데이터 뿐 아니라 데이터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도 고려한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면 중앙은행이 금리 경로를 조정해 경제 성장세를 더 많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과거 또는 새로운 충격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가계,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와 일치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경기 연착륙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상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주의해야 할까?
△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라 국채 시장의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흥국의 3분의 1은 국채 금리가 10%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신흥국의 30%, 저소득 국가의 60% 가량은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부채 위기에 빠져 있거나 그에 가까워지고 있다.
-스리랑카, 레바논 등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부채 위기가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까?
△ 아시아 지역은 지난 10년간 부채가 급증했다. 세계 부채의 아시아 기여도는 2007년 25%에서 2020년 38%로 늘어나 세계 부채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증가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부채 규모가 높은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채 부담이 큰 나라의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아시아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외환보유액이 많고 경상수지가 흑자이기 때문에 금융 긴축 상황에 잘 대비돼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빚을 내 주식, 코인,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최근 주식, 코인 등이 폭락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 조짐이다. 이것이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 한국의 강력한 거시건전성 프레임워크는 팬데믹으로부터 금융 부문의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금융시스템 및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위험은 낮은 편이다. 다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일부 가계는 이자부담 등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고 순자산이 감소할 것이다. 상황 변화에 대응한 정책당국자들의 민첩한 정책 조정 등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팬데믹 당시 취했던 자영업자 등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9월 종료될 예정인데 아직 종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정책 조언을 한다면?
△ 팬데믹 완화에 따라 지원 조치를 종료하되 동시에 회생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 지원에서 채무 변제 지원, 구조조정, (폐업 등) 출구전략 지원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달러화 강세로 원화 뿐 아니라 주요국 통화가 폭락했다. 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역(逆)환율전쟁(자국 통화 강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도 감소한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적절한 수준인가?
△ 변동환율은 달러 강세를 포함해 수년에 걸쳐 다양한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 외환 개입은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 국한돼왔다. 대외 위험은 건전한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 유동성으로 인해 낮아졌다. 금융시장 유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때 연준과 통화스와프가 가능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재정·통화정책 등은 어떻게 구현돼야 할까?
△ 한국은 성장, 물가 모두 매우 전망이 불확실하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상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은 적절하게 (기준금리를 올려)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다. 올해 재정정책은 2차 추경 도입으로 확장적이었다. 그러나 내년엔 재정건전화가 시작될 수 있다. 이는 현재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원하고 물가상승세를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 상황인데다 경제활동 위축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글로벌 하방위험이 현실화되더라도 한국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충분한 정책 여력이 있다. (IMF는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이 정부 예산을 늘리기 때문에 세금 인상이나 정부 지출 감축을 통해 상쇄할 필요가 있고 이런 방식으로 재정정책이 물가상승세를 억제하려는 통화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약력
△인도 델리대 경제학 학사 △델리 스쿨 오브 이코니믹스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미 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 및 국제금융 조교수 △세계은행 컨설던트 △1994년 IMF 이코노미스트로 근무 △아프리카(AFR)·유럽(EUR)·통화및 자본시장(MCM) 등의 부서에서 근무 △아시아태평양(APD) 부국장 △現 아시아태평양 국장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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