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 줄서기에도 발 디딜 틈 없는 광역버스..극한의 출근길
"하... 또 다 찼네"
3일 오전 7시 20분쯤.경기도 고양시 대화역 앞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M7106 버스 앞 잔여 좌석 숫자가 0이 된 순간 버스 문은 가차 없이 닫혔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시민들은 버스가 새로 올 때마다 고개를 빼 들고 버스 앞 전광판 남은 좌석 숫자와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수를 반복해 셌다. 버스에 탑승하기 위한 대기 줄은 버스정류장부터 지하철역 입구까지 약 100m 정도 이어졌다.
코로나19 (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고 휘발윳값이 오르면서 광역버스를 이용한 출퇴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운행 횟수는 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이모씨(32)는 "M버스는 입석 제한이 돼서 꽉 차면 더 태워주지도 않는다"며 "버스 하나를 보내면 1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줄 서는 시간 몇 초 차이로 도착 시간이 20분 넘게까지 차이 난다. 하루의 운이 버스 타기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몇몇 시민들은 광화문까지 정차하지 않고 직행하는 버스가 계속 만차돼 하나 둘 떠나자 다가오는 출근 시간에 급한 듯 조금 돌아가는 버스 탑승을 선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경기도 광역버스 탑승 실태 파악하기 위한 1000번 버스가 그 중 하나였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1000번 버스에는 본격적인 휴가철임에도 서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비까지 오는 탓에 한손엔 우산을 들고 있어 승객들은 한손으로 몸을 지탱할 수 밖에 없었다. 승객들은 서로의 몸에 우산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써야 했다. 한 20대 여성 승객은 빗물에 미끄러운 버스 바닥에 버스가 빠른 속도까지 내자 살짝 휘청한 뒤 이내 손잡이를 꽉 쥐고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황모씨(29)는 "매일 고양 마두역에서 서울 마포 DMC(디지털미디어시티)까지 출퇴근하는데 운이 좋으면 앉아가고 대부분은 서서 간다"며 "아침에 손에 힘을 잔뜩 준 채 40분 동안 버티고 내리면 운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황씨는 비가 오는 탓에 흠뻑 젖은 우산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았다. 곧바로 입석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중심을 굳게 잡았다.
현행법상 버스에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불법이다. 1000번 버스의 경우 고속도로를 달리지 않아 입석이 허용되지만 60~70km/h 이상의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입석 승객들은 넘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손잡이를 잡거나 안전바를 잡는 등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썼다. 이러한 위태로운 좌석버스 입석 탑승은 경기 수원뿐 아니라 고양, 시흥,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직접 경기도 광역버스 탑승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원 장관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양시민이라면 다들 안다는 1000번 버스를 탔는데 요즘 휴가철과 방학 기간임에도 버스가 꽉꽉 찼다. 저도 꼬박 1시간을 서서 왔다"며 "시민들께서 운행 횟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했다. 광역버스 운행을 점검하고 증차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광역버스 대란은 늘어난 이용객에 비해 버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기도 교통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기도 광역버스 이용객은 총 7913만6884명으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작년 같은 기간 이용객 6638만 3090명에 비해 총이용객 수가 1275만 3794명, 약 16%가 증가했다.
이에 국토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기도 광역버스 57개 노선의 출퇴근 시간대 운행 횟수를 총 266회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를 운행하는 4개 노선에 대해 대용량 2층 전기버스 26대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운행 횟수 확대를 위해 버스 운전자를 구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운전기사 이탈로 인해 구인에 어려움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버스 기사의 이탈 현상이 심해졌다"며 "이어 서울시 준공영제 도입으로 처우가 좋아지다 보니 경기도 운전기사들의 이탈도 심각하다. 기사 상시 모집 중인데 지원자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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