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됐는데 은행 문닫는 시간은 여전히 오후 3시30분
지난 4월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됐지만, 은행들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원상회복하지 않고 있다. 식당 영업시간과 지하철 운행 시간 등 대부분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유독 은행만 예외다. 원래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지점들의 영업시간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작년 7월부터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되고 나서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노조가 반대한다는 이유이긴 하지만 은행이 고객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업시간을 코로나 전으로 되돌리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게 돼 있는데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노조에서 영업시간 단축을 계속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했다. 노조 핑계를 대지만 은행들이 내심 영업시간 원상회복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말도 나온다. 인터넷 은행과 핀테크(금융과 IT 결합) 기업이 늘어나 은행 지점 방문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굳이 야간 영업 등 적극적인 대면 서비스 확대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법으로 보장된 ‘금리 인하 요구권’을 받아들이는 데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출자는 자산이 늘거나 승진 등으로 연봉이 인상돼 상환 능력이 높아지면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3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등 금융권에 접수된 금리 인하 요구는 88만2047건이었는데 27%(23만4652건)만 받아들여졌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 요구권 평균 수용률은 2018년 33%, 2019년 33%, 2020년 28% 등으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금리 인하 요구권이 인정된 대출액 규모도 8조5466억원으로 전년(10조1598억원)보다 1조6000억원 정도 줄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적극적인 안내를 독려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려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수용률이 오히려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중에는 신한은행의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33%로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 앞서 비대면 금리 인하 요구권 신청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결과 신청자 수가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수용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수용률도 39%로 낮은 편이었다.
금융 당국은 이번 달부터 금융회사의 금리 인하 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에 운영 실적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보험·저축은행·카드사 등은 협회 등을 통해 수용률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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