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회장 만나 반도체 논의한 펠로시.. 스타처럼 환대한 대만

정지섭 기자 2022. 8. 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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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장 머문 호텔 앞에선 환영인파 수백명 "자유와 우정"
은퇴 압력 받아온 82세 펠로시, 바이든과 비교되며 정치입지 넓혀

3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차이잉원 총통이 푸른 띠와 금색 훈장을 걸어줬다. 대만 정부가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등급 특종대수경운훈장(特種大綬卿雲勳章)이었다. 중국의 위협과 경고를 무릅쓰고 미 하원의장으로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펠로시 의장은 하루가 채 안 되는 일정 동안 최고의 국빈 환대를 받았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펠로시 의장은 작심한 듯 중국을 겨냥하고 대만 체제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지만, 우리와 대만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대만이 언제나 안전과 자유를 누리기 원하며 (이를 위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와 부합하는 진정한 파트너는 대만이라는 뉘앙스였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예찬’은 입법원 방문에서도 나왔다. 차이치창 부원장 등 입법원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한 곳”이라며 “대만은 코로나 대응에 있어 보건뿐 아니라 안전·경제·관리에서도 성공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독재 체제,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 대만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들도 만났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제조 업체 TSMC의 장충모 창업자와 류더인 회장이 이날 차이잉원 총리가 주최한 펠로시 의장 환영 오찬에 참석해 양국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반도체 관련 비공개 일정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미 연방 상·하원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2800억달러(약 367조3600억원)을 지원토록 한 ‘칩스법안’을 가결한 뒤 엿새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칩스법안에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파격적인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대만 반도체 업계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펠로시 의장은 “칩스법안은 미국과 대만의 경제 협력에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지지하는 대만인들이 2일(현지 시각) 수도 타이베이에서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 ‘자유와 우정’ 등의 환영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밤늦게 도착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펠로시 의장은 2일 밤 늦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우자오셰 외교부장과 대만 주재 미 대사 격인 댄드라 오드커크 타이베이 주재 미국 대표의 영접을 받았다. 고령인 그는 이날 오전 싱가포르를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뒤 숙박 없이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우 부장의 셀카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그의 방문을 앞두고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초고층 건물 ‘타이베이 101 타워’ 벽면에 환영 조명이 나타나는 등 대만 전역에는 환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펠로시 의장 일행의 숙소인 타이베이 신이구의 하얏트 호텔 앞에는 투숙 수시간 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운집해 환영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그를 기다렸다. 일부 친중 단체 회원은 ‘양키 고 홈’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맞불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29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를 때만 해도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대만 도착 직후 “이번 방문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선택에 직면한 상황에서 2300만 타이완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성명을 소셜미디어로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의 거세지는 공세 속에서 이번 의회 대표단 방문을 통해 미국이 민주주의의 동반자 대만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도 도착 후 공개됐다. 올해 82세의 펠로시 의장은 고령의 나이로 은퇴 압력을 받아왔는데, 이번 대만 방문으로 중국에 대해 좌고우면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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