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펠로시 안 만나는 尹, 美·中에 잘못된 신호 주는 건 아닌지

조선일보 2022. 8. 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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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만 의회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AFP 연합뉴스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2일 대만을 방문한 뒤, 3일 내한했다. 그는 대만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권과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백악관도 “대통령은 하원의장의 순방 결정을 존중하며 이것이 미국의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행위의 성질이 극도로 악랄하고 후과는 극히 엄중하다”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강하게 맞섰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이기 때문에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만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 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에선 정상들을 만났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말레이시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와도 회동을 가졌다.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과 취임 이후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한미 동맹을 군사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선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며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 연대에 의해서만 보장된다”고 했다. 이런 윤 대통령이 서울에 있는데도 ‘사전 양해를 구했다’며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2015년 방한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했었다.

중국은 우리 최대 교역국이자 북핵 문제 핵심 관련국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처럼 굴종적 자세로는 왜곡된 관계만 계속될 뿐이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이 미국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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