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다는 '딴생각' 곱씹으니 아이디어로"
이소연 기자 2022. 8.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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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에게 교과서의 모퉁이 여백은 놀이터였다.
박 디자이너는 "남들은 쓸데없다던 생각을 아버지는 언제나 귀하게 여겨 주셨다. 그 덕에 지금까지 남과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해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고객, 자녀가 던지는 일상의 모든 질문들이 딴생각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놓은 아우디 전기차 Q4 e트론에는 이런 박 디자이너의 딴생각이 그대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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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명성 쌓은 자동차 디자이너
박찬휘 수석, 16년 경험 에세이로
"사소한 일도 하찮게 여겨선 안돼"
박찬휘 수석, 16년 경험 에세이로
"사소한 일도 하찮게 여겨선 안돼"
어린 시절 그에게 교과서의 모퉁이 여백은 놀이터였다. 선생님은 낙서만 해대는 그를 혼내기 일쑤였다. 한데 아버지는 달랐다. 주눅 들고 마음 졸이던 그를 언제나 다독였다. 훗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할 당시에도 쓰레기통에 버린 습작을 아버지는 다시 책상 위에 올려뒀다. “버리기 아깝네. 잘 간직해 둬.”
아이를 격려했던 아버지는 한국의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박종서 전 국민대 산업디자인과 교수(75). 아들은 페라리와 벤츠 등 유명 자동차 내부 디자인을 맡으며 명성을 쌓은 박찬휘 독일 니오유럽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45)다. 박 디자이너는 “남들은 쓸데없다던 생각을 아버지는 언제나 귀하게 여겨 주셨다. 그 덕에 지금까지 남과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딴생각하기를 글로 정리한 에세이집 ‘딴생각’(싱긋)을 지난달 27일 출간했다. 독일 뮌헨에 있는 그를 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해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고객, 자녀가 던지는 일상의 모든 질문들이 딴생각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2005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회사인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의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뒤 16년 동안 유럽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빼곡히 담겼다.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으려고 해요. 엉뚱한 생각은 평범한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나오거든요. 그냥 지나쳐 버릴 게 아니라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시킬 수 있는 거죠.”
몇 년 전 스위스에서 있었던 우연한 만남도 그랬다. VIP 신차 공개장에서 윌리엄이란 한 남성은 “전기차는 밑바닥에 배터리팩이 생겨 버렸으니 앞으로 차 밑에 들어갈 일이 없겠다”며 아쉬워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자동차 아래에서 부품을 수리했던 추억을 아이와 나누지 못할까 봐 아쉽다는 토로였다. 별거 아닌 푸념일 수도 있지만 박 디자이너는 수첩에 메모했다. “전기차라도 운전자들이 차 아래에서 ‘뚱땅거릴’ 뭔가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습관은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박 디자이너는 ‘왜 차에서 물병을 꽂아두는 자리는 운전석 아래에만 있을까. 눈앞에 손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으면 안 될까’ 고민했다. 결국 아우디 신차 내부 디자인을 담당할 때 운전석 문손잡이 쪽에 물병을 놔두는 자리를 배치했다. 기존 엔지니어들은 “어색하다”며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아우디 임원진은 “별 다섯 개짜리 발상이다. 운전자를 배려한 혁신”이라며 극찬했다. 지난해 내놓은 아우디 전기차 Q4 e트론에는 이런 박 디자이너의 딴생각이 그대로 적용됐다.
“결국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맞았어요. ‘관성적인 사고는 의심하고, 별것 아닌 일도 하찮게 여기지 마라.’ 제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 쏟아지는 세상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영원불멸한 게 아닐까요.”
아이를 격려했던 아버지는 한국의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박종서 전 국민대 산업디자인과 교수(75). 아들은 페라리와 벤츠 등 유명 자동차 내부 디자인을 맡으며 명성을 쌓은 박찬휘 독일 니오유럽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45)다. 박 디자이너는 “남들은 쓸데없다던 생각을 아버지는 언제나 귀하게 여겨 주셨다. 그 덕에 지금까지 남과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박 디자이너는 딴생각하기를 글로 정리한 에세이집 ‘딴생각’(싱긋)을 지난달 27일 출간했다. 독일 뮌헨에 있는 그를 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해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고객, 자녀가 던지는 일상의 모든 질문들이 딴생각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2005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회사인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의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뒤 16년 동안 유럽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빼곡히 담겼다.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으려고 해요. 엉뚱한 생각은 평범한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나오거든요. 그냥 지나쳐 버릴 게 아니라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시킬 수 있는 거죠.”
몇 년 전 스위스에서 있었던 우연한 만남도 그랬다. VIP 신차 공개장에서 윌리엄이란 한 남성은 “전기차는 밑바닥에 배터리팩이 생겨 버렸으니 앞으로 차 밑에 들어갈 일이 없겠다”며 아쉬워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자동차 아래에서 부품을 수리했던 추억을 아이와 나누지 못할까 봐 아쉽다는 토로였다. 별거 아닌 푸념일 수도 있지만 박 디자이너는 수첩에 메모했다. “전기차라도 운전자들이 차 아래에서 ‘뚱땅거릴’ 뭔가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습관은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박 디자이너는 ‘왜 차에서 물병을 꽂아두는 자리는 운전석 아래에만 있을까. 눈앞에 손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으면 안 될까’ 고민했다. 결국 아우디 신차 내부 디자인을 담당할 때 운전석 문손잡이 쪽에 물병을 놔두는 자리를 배치했다. 기존 엔지니어들은 “어색하다”며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아우디 임원진은 “별 다섯 개짜리 발상이다. 운전자를 배려한 혁신”이라며 극찬했다. 지난해 내놓은 아우디 전기차 Q4 e트론에는 이런 박 디자이너의 딴생각이 그대로 적용됐다.
“결국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맞았어요. ‘관성적인 사고는 의심하고, 별것 아닌 일도 하찮게 여기지 마라.’ 제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 쏟아지는 세상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영원불멸한 게 아닐까요.”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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