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 모시려고 에어컨도 무상교체
인테리어 해주는 조건 걸기도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전세 주는 집주인 A씨는 오는 11월 새 세입자를 구하려고 집을 내놨지만 지난 한 달여 집을 보러 온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이들은 “보증금을 깎아달라”거나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자”고 요구했다.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증금을 낮출 수 없는 A씨는 궁여지책으로 ‘에어컨 무상 교체’를 내걸었지만, 아직 세입자를 못 구하고 있다.
임대차법 개정 2년이 지나면서 ‘전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최근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월세가 전세 대출 이자보다 싸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탓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4를 기록해 일주일 전(95.1)보다 0.7포인트 내렸다. 작년 12월 20일(99.4) 기준선인 100 이하로 떨어진 후 6개월 넘게 내림세다. 이 지수가 낮을수록 전세를 내놓은 공급자가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세 수요가 줄어 매물이 쌓이면서 전셋값도 약세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신규 전세 실거래가가 10억5000만~12억5000만원 수준으로 작년 12월 최고가(15억5000만원)에 비해 3억~5억원 정도 내렸다. 동작구 신대방동 ‘한성아파트’ 전용 84㎡도 작년 9월 기록한 전세 최고가 8억2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지난 6월 거주하던 전셋집을 재계약하면서 보증금 1억5000만원을 월세로 돌렸다. 그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아 굳이 전세를 고집하지 않고, 보증금 일부를 빼서 대출을 갚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세입자를 급하게 구해야 하는 집주인들은 인테리어 공사나 에어컨을 새로 해주거나 2년 뒤 갱신 계약 때 보증금을 안 올리는 ‘당근’까지 내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 시장의 약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최근 전셋값이 안정적인 반면 월세는 많이 오르는데 금리 인상 국면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다시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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