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횡재세' 재압박..역대급 실적 정유업계 '반발'
기사내용 요약
"6조 이상 설비투자…횡재세 부과는 과해"
"기금마련, 주주에 배임 될 수 있어" 당혹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야당이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에게 '횡재세(초과이윤세·Windfall tax)'를 거론하며 기금 출연 등 고유가 고통분담을 압박하자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4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갖고 정유 4사 임직원들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에쓰오일 김평길 전무, GS칼텍스 김창수 전무, 현대오일뱅크 유필동 전무, SK에너지 구창용 부사장과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들었다. 역대 상황과 비교하면 올해 이 상황은 특별히 높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안다"며 고통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해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매출 19조9053억원, 영업이익 2조32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에 각각 1조7220억원과 1조370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다음주 실적 발표 예정인 GS칼텍스도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석유사업법 18조에 '정유업계에 부과금을 걷을 수 있다'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기금 출연을 언급했다.
김성환 의장은 "유럽의 횡재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석유사업법 18조에 물가나 유가 등락 과정에서 정부가 부가금 형식으로 걷는 방법이 있더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당시 정유사 이익 규모가 3조원이 좀 넘었고 당시 1000억원의 특별기금을 만들어 에너지 취약계층에 환원했던 전례도 있다. 3조원 규모에 1000억인데 지금은 상반기에만 10조원이니 적정 규모 기금을 통해 에너지 취약층에 작은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내 정유사와 은행들을 대상으로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횡재세법'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시추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해 수출하기 때문에 유럽·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횡재세' 논의 배경이 다르다"며 "또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2조원 적자를 봤고, 올해 설비투자에는 6조원 이상 지출하는 데 횡재세 부과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기금 출연 요청과 관련, 이 관계자는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주주에게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 역시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하반기는 실적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횡재세 및 기금 출연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다.
아울러 정유업계는 유독 정유사에 대해서만 '횡재세' 논의가 나오는 것에 대해 다소 억울해하는 모습이다. 자동차·반도체·통신 등 다른 업종에서는 수조원을 벌더라도 횡재세 논의가 나오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반도체·통신 회사들이 영업이익이 높다. 통신비는 매월 내고, 반도체는 일상에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데, 그런데서 나는 수익에 대해 단 한번도 횡재세가 얘기나온 적이 없다"며 "정유업은 내수보다는 수출에서 영업이익이 많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를 인위적으로 내려서 기금을 많이 쓰도록 하는게 효율적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해외에서는 기금 수요를 줄이고, 정부가 월 정기권을 지원해 유류보다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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