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지구 가열과 '티핑포인트'
매년 신기록 관측.. 피해 고통
작은 변화로도 대규모 피해 우려
지구 펄펄 끓기전 예방 나서야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다. 7월 중순 그린란드에서 녹아내린 빙하 규모는 60억t으로 올림픽 수영경기장 720만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린란드의 기온은 1980년대 이후 10년에 약 1.5도씩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세보다 4배나 빠른 속도이다.
2021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지구 가열’(global heating)이란 용어가 새로 등재되었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지구온난화’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지만, 심각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최근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란 말을 더 많이 쓰는 이유와 비슷하다. ‘변화’가 단지 상황을 설명할 뿐, 그 정도나 심각성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위기’라는 용어를 쓰는 것처럼 최근 유럽의 폭염을 보면 ‘지구온난화’보다 ‘지구 가열’이 더 적절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기후위기’는 기후변화가 극단적 날씨뿐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최근 기후과학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관한 내용이다. 티핑포인트란 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지고 급속도로 특정 현상이 커져, 작은 변화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태다. 많은 기후과학자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티핑포인트에 접근해 있다고 우려한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 기후 시스템에 티핑포인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상으로 대서양의 대규모 해양 순환의 변화, 서남극 빙하의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 서아프리카 몬순 강도 변화, 영구 동토층의 변화, 산호초 서식지 감소, 인도 몬순의 강도 변화, 전 세계적 해수면 변화, 그리고 북극 툰드라 남쪽에 위치한 아한대 숲의 파괴가 지목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지만 불길하게도 현재 티핑포인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든 요소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99도인 물과 100도인 물은 상태가 완전히 다르다. 100도는 액체 상태의 물이 기체 상태로 변하며 공기 거품이 생기고 이 거품들이 위로 솟아오르며 물이 끓는 상태이다. 그러나 99도 물은 끓는 물이 아니다. 이미 우리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티핑포인트를 지나갔는지 현재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구가 더 가열되어 기상·기후 분야의 신기록 관측값이 매년 경신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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