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화주석은 없습니다"

김은진 기자 2022. 8. 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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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헬멧 투척 사건' 그 이후
성숙해진 한화 캡틴 하주석
한화 하주석이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을 밟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잘못된 ‘분풀이’로 출장정지 징계
속죄의 시간 화 다스리며 마음잡아
7월 이후 4할대 타율 맹타 ‘대변신’
“팬들께 죄송…매 순간 최선 다할 것”

프로야구 한화 주장 하주석(28)은 지난 2일 대전 KIA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쳤다.

올 시즌 KIA를 만나 10번 만에 감격의 첫승을 이끈 주역 하주석은 7월 이후 타율 0.411(73타수 30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하주석은 “딱히 달라진 것이 없지만 큰 사건을 겪은 뒤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큰 사건’이란 6월에 있었던 헬멧 투척 사건이다. 하주석은 지난 6월16일 대전 롯데전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다 퇴장됐다. 이에 화가 나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헬멧을 집어던졌는데 하필 벽에 맞고 튄 헬멧이 더그아웃 안에 서 있던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머리에 맞았다. 움찔하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 어떤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하주석에게 맹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방망이를 집어던진 전병우(키움)에게는 벌금만 부과했던 KBO가 하주석에게는 벌금과 함께 10경기 출장정지 제재까지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2012년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하주석은 오랫동안, 한화 팬들이 가장 많이 기대하고 애정을 쏟아부은 기대주였다. 팀의 급격한 세대교체 속에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선배’로 뛰며 주장도 맡고 있지만 한동안 하주석은 한화 팬들에게 기대만큼 해주지 못하는 애증의 선수이기도 했다. 어느 식당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가 근처 테이블의 남성 팬들이 ‘하주석의 부활을 위하여’라고 건배하는 소리를 듣고 울었던 일을 고백한 적도 있다.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만큼 야구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하주석의 마음속에는 ‘화’가 쌓였다. 타석 하나, 공 하나에 너무 집착하느라 다른 데다 분을 풀기도 했다. 그러던 습관이 지난 6월 그 ‘큰 사건’을 낳은 것이다.

사랑만 받다가 처음으로 비난 폭탄을 받은 하주석의 마음속은 한동안 당연히 출렁거렸다. 징계 기간 2군에서 훈련하며 일종의 수양 시간을 가졌다. 하주석은 “벌금도 내고 출장 정지 징계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질타를 받았고 혼도 났다. 처음 2군에 갔을 때는 안 좋은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훈련에 몰두하면서 마음을 하나씩 비운 하주석은 마음속에서 화를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주석은 “그 이후 화를 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화가 없는 사람이다. 일부러 이렇게 자꾸 말도 한다”며 “마음을 많이 비웠다.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그냥 공 하나와 매 순간에 집중하려는 노력만 하기로 했다. 지나간 것은 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힘든 것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 주장이기도 한 하주석은 이제 좀 더 성숙해지려 한다. 징계 뒤 지난 7월5일 NC전에서 복귀해 첫 타석에 들어서며 세 번이나 허리 숙여 인사했던 하주석은 “팬들 앞에서 죄송한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한 뒤로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어린이 팬도 있는데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시즌 마지막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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