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단, 232단, 238단···낸드플래시 ‘최고가 최고다’
기존 제품 대비 사용 에너지 21%↓
데이터 전송 속도도 50% 빨라져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 돌입
미 마이크론, 200단 벽 최초 돌파
삼성전자, 올해 말 200단 이상 공개
업계, 600단·1000단 이상 목표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단수 쌓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선 데 이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238단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하면서 기술력을 뽐냈다.
SK하이닉스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셀을 238단까지 쌓아올린 512Gb(기가비트) 용량의 낸드플래시 샘플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의 기존 제품인 176단보다 크기는 줄이면서 실리콘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칩의 개수는 기존 제품 대비 34%나 늘렸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기존 제품보다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사용하는 에너지는 21% 줄었다. 238단을 쌓아도 높이는 A4용지 1장 두께의 20%인 20㎛(마이크로미터·1㎛는 10만분의 1m) 정도로 알려졌다.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 반도체와 달리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게 장점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내장 메모리, SD카드, USB, SSD 등 자료를 보관해야 하는 곳에 폭넓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미세공정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안에 더 많은 셀(저장공간)을 수평으로 촘촘하게 집어넣는 방식으로 낸드플래시의 용량을 키웠다. 하지만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부터 셀 간격이 너무 가까워지자 간섭현상이 문제가 됐다. 이에 2013년부터 셀을 위로 쌓아올리는 3차원(D) 낸드플래시로 한계를 뚫어내며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가장 먼저 이 기술을 선보인 건 24단을 쌓은 삼성전자였다. 이어 SK하이닉스가 128단을 가장 빨리 쌓았고, 마이크론은 176단을 먼저 성공시켰다. 지난달 26일 ‘200단 벽’을 깬 232단 낸드플래시의 양산에 성공한 것도 마이크론이었다.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176단 낸드플래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마냥 높이 쌓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쌓아올렸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비틀림 현상이 발생하고, 셀 간섭현상이 심해진다. 공정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층층이 쌓은 셀을 한번에 뚫어 연결하는 '싱글스택' 방식과, 두 차례로 나눠 뚫은 뒤 이를 쌓는 '더블스택' 방식을 사용한다. 같은 단수라도 싱글스택으로 쌓은 낸드가 더블스택으로 쌓은 낸드보다 전송속도가 빠르고 수율도 높은 편이다. 원가 경쟁력도 싱글스택이 앞선다. 통상 싱글스택으로 쌓을 수 있는 단수가 높은 업체일수록 더블스택 방식으로 올릴 수 있는 단수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싱글스택으로 가장 높게 쌓아올리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28단 낸드플래시에 싱글스택을 적용했다. 이론상으로는 더블스택으로 256단까지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200단 이상 되는 낸드를 만들 기술력은 갖고 있다”며 “좀 더 효율적이고 원가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말 더블스택을 적용한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3차원 낸드플래시는 앞으로 셀을 몇 단까지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술적 한계도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는 1000단 이상, SK하이닉스는 600단 이상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238단은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현재의 512Gb보다 용량을 2배 높인 1Tb(테라비트)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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