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아두면 손님 안 와요, 환기도 해야 하고"
불법 '개문 냉방' 영업 중
상인들 생존권 달린 데다
코로나19 탓 단속 딜레마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문을 닫고 영업하면 어떤 손님이 들어오겠어요.”
지난 2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상점가. 실내 에어컨을 틀어 놓고 출입문을 연 ‘개문(開門) 냉방’ 상태로 영업 중인 매장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개문 냉방 영업은 카페, 옷가게, 휴대폰 매장, 오락시설 등 업종을 불문하고 ‘유행’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이 일대 매장은 절반 이상이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다.
이날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대전의 낮 최고기온은 32도에 달했다. 하지만 한 옷가게에 들어서니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의 냉기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A씨는 “보통 마감을 할 때까지 냉방기를 켜놓은 상태에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카페 사장 B씨(40대)는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보니 온종일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다. 문을 열어 놓고 있어야만 손님들이 그나마 들어온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일부에서 전력 낭비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문을 열어 놓으라고 요구하는 손님들도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개문 냉방 영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개문 냉방 영업을 어느 정도 용인해 줘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C씨는 “종일 문을 닫아두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손님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매장 직원인 D씨는 ‘개문 냉방 영업이 단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종일 문을 연 채로 영업을 하는 건 맞지만,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대전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최근 5년간 개문 냉방 영업과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과태료 부과는 쉽지 않다는 게 자치단체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냉난방 상태에서 출입문을 열고 영업할 경우 항상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통 처음 적발되면 경고 수준의 계도에 그치지만 이후 추가 1회(벌금 150만원), 2회(200만원), 3회(250만원), 4회 이상(300만원) 적발될 때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해당 자치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산업부의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라 단속을 해왔는데 올해는 개문 냉방 영업에 대한 단속지침이 아직 내려오지 않아 따로 단속을 벌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지역 또 다른 자치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개문 냉방에 대해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상인들이 ‘적자를 만회해 줄 것이냐’라며 반발하는 사례가 많아 단속보다 계도 위주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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