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민주주의 지킬 것"..중국 "즉각 보복"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김재중 특파원 2022. 8. 3. 21: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하원의장, 차이잉원 총통 예방..시진핑 겨냥 "인권 최악" 직격
중,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수출 제재 착수로 대만해협 최대 위기
방한 펠로시 오늘 판문점 방문..북핵·인권 관련 대북 메시지 주목
총통 관저에서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3일 총통 관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우리는 대만에 대한 약속을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뒤에는 중화권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타이베이 | AFP연합뉴스

중국의 군사적 위협 속에 대만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격하며 “대만 민주주의를 보장하려는 미국의 결심은 매우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을 접견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군사적 위협에 물러서지 않고 민주주의의 방어선을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 도착 직후 대대적인 군사행동과 경제적 보복 조치에 착수했다. 대만해협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오후 대만을 떠나 한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4일 판문점을 찾아 북한 핵실험과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순방 일정 중 대만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총통부를 찾아 차이 총통을 예방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은 미국이 대만과 함께 서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대만에 대한 약속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대만 도착에 맞춰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공개한 기고문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고자 비상사태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혹독한 인권 무시는 지속되고 있다.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대만 입법원(의회)을 방문해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만든 반도체 법안을 언급하며 “미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 협력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등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면담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행동에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깨려는 것은 헛수고이며,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한밤중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했다.

대만을 겨냥한 군사행동과 경제적 보복도 시작됐다. 인민해방군은 4일부터 대만을 빙 둘러싼 형태로 6개 구역을 지정해 실사격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과 일부 대만산 식품의 수입을 중단시켰고, 일부 대만 기업·기관과의 교역 및 협력을 금지하며 경제 제재에 착수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있어야 할 조치는 모두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대응책은 장기적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근본적으로 국가 통일 과정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엄포를 놨다.

당분간 대만해협의 위기는 계속 고조될 것이고 미국이 군사적 억지력을 동원한다면 이는 미·중 간 충돌 국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어젯밤은 세상을 바꾼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모든 당사자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