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감사원도 막았는데..층간소음 검사 방법 논란

조윤하 기자 2022. 8. 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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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를 다 짓고 나서 검사하는 게 효과가 있겠냐는 점 짚어봤는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층간 소음을 측정하는 방법도 바꾸기로 했는데, 이 새로운 방식이라는 게 이미 7년 전에 감사원이 쓰지 말라고 했던 거라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어서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기계가 위층에서 7.3kg 타이어로 바닥을 때립니다.

뱅머신이라는 검사 방법입니다.

사람이 뛰면 아래층에서 소리가 얼마나 들리는지 재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일(4일)부터는 뱅머신 대신 새 방식을 도입합니다.

새로 바뀐 중량충격음 측정 방식은 이 임팩트볼을 사용하는 건데요.

2.5kg 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마치 성인 어른이 걷는 소리, 그리고 어린아이가 뛰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실제 소음과 비슷하고, 세계적으로 임팩트볼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측정 방식과 기준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볼은 지난 2014년에도 도입됐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 곧바로 폐기됐던 방식입니다.

당시 감사원이 시험을 해봤더니, 같은 아파트에서 뱅머신은 53db이 나왔는데 임팩트볼은 47db이 나왔습니다.

평균 5.7db 정도 소음이 적게 측정됐다는 겁니다.

뱅머신으로 측정하면 '불합격'인 바닥이 임팩트볼로 측정하면 '합격'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뱅머신은 사람이 뛰는 것과 비슷한 순간 420kg 충격을 주는데, 임팩트볼은 최대 180kg로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취재진이 실험해보니까, 실제로 소리가 작게 들립니다.

[뱅머신보다는 (소리가) 덜 들리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우리는 건물 구조가 다르고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사는 문화인데, 당국이 국제 표준만 강조하면서 다시 이 방식을 들고나온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장귀경/층간소음 피해자모임 자문위원 : (우리는) 온돌바닥구조예요. 벽식이에요. 우리나라가 소위 말해서 세계 표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임팩트볼로 바꾸면) 나빠지는 거죠. 암인데 서류상으로는 '당신 문제없다'라고 그러는 거예요.]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박기덕, VJ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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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리포트 전해드린 조윤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임팩트볼 도입한 이유는?

[조윤하 기자 : 공무원이 감사원 지적을 뒤집고 다시 정책을 추진하는 건 사실 거의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궁금해서 국토부에 좀 물어보니까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임팩트볼 방식이 공을 떨어트려서 나는 그 소리가 실제 사람이 뛰는 소음 하고 더 비슷해서 그래서 바꾸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을 방지하려면 검사를 더 강하게, 더 세게 해야 되는데 오히려 임팩트볼로 검사 기준을 더 약하게 만든 것 아니냐, 이렇게 비판을 좀 하고 있습니다.]

Q. 층간소음 대책 제시한 이유는?

[조윤하 기자 : 지금까지 층간소음 대책이 엉망이었어서 바꾸라고 3년 전이죠, 2019년에 감사원이 지적을 했어요. 그래서 바꾸는 건데, 실제로 감사원이 다 지어진 아파트 191곳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봤더니, 96%가 사전에 모형으로 실험했던 것보다 층간소음이 더 크게 나타났고요, 심지어 60%는 법에 정해진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전 심사를 받을 때는 제대로 모형을 만들어서 통과를 해놓고 실제 공사는 그렇게 안 한 곳이 많다는 게 드러나니까 이제서야 사후 감시 대책을 좀 갖고 온 건데, 이것조차 사실 빈틈이 좀 많습니다.]

Q. 층간소음 문제 원인은?

[조윤하 기자 : 사실 집을 다 짓고 분양을 하는 후분양제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준공 후에 검사를 했는데 정부가 '이 집 층간소음이 많습니다.' 이렇게 판정을 한 곳을 누가 들어가겠어요. 그런데 현실은 선분양이라는 말이죠. 그러니까 이미 분양을 받아서 집주인이 있는 상황인데 다 지은 집에 소음이 있다고 하면 집값 떨어지고 입주 미뤄지고 보강 공사하기도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소송을 하자니 난감하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이걸로는 건설사도 바뀌지 않을 거다, 되레 건설사들한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 이렇게 비판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이 좀 궁금하기도 한데요. 이 부분은 저희가 내일 보도를 통해서 다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조윤하 기자ha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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