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임엔 "정당"..성비위 국정원 직원 파면엔 "가혹"
오석준 제주지법원장(60·사법연수원 19기·사진)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되면서 과거 내놓았던 판결들도 주목받고 있다. 오 원장은 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를 거쳐야 대법관에 임명된다.
오 원장은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이던 당시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기사를 해고한 버스회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버스기사로 일한 김모씨는 승객에게 받은 요금 6400원 중 6000원만 회사에 내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겼다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사측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중노위가 항소를 취하해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2017년 유사한 사건으로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 동안 일해온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 판결이 나왔을 땐 재벌 총수들 횡령 사건과 대비되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 원장은 2010년 7월엔 고용노동부가 해직자 등이 포함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공노는 그해 2월 세 번째로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했다. 노동부는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해직자 등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며 신고서를 반려했다.
오 원장은 2012년 6월엔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당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는 대형마트 등에 영업시간 제한 및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조항을 조례에 뒀다. 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영업규제 정당성과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비슷한 판결이 이어졌고,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조례 개정 작업에 나섰다. 대법원은 2015년 개정된 조례를 바탕으로 한 지자체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오 원장은 2013년 2월 변호사로부터 접대를 받았다가 면직된 검사가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선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징계사유를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처분이 무거워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1년엔 성비위 등 물의를 빚어 파면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낸 소송에서도 징계 사유는 있지만 파면은 가혹한 징계라며 국정원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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