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신고해도 위치 못 찾는 알뜰폰
정확한 위치 파악 어려워..정부, 연내 새 추적 프로그램 개발
2017년 경기 김포시의 한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 2명이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피워놓은 갈탄 연기에 중독됐다. 2명 중 1명이 119에 신고했다. 신고한 휴대전화는 ‘알뜰폰’이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현장에 구조인력이 도착했을 때는 2명 모두 숨진 상태였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난 1일 울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30대 여성이 데이팅앱에서 만난 또래 남성과 다투다 흉기에 찔렸는데, 이 여성은 공격을 당하기 직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알뜰폰으로 신고를 한 탓에 경찰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결국 여성은 숨을 거뒀다.
고물가 영향으로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 서비스 가입자가 1100만명(지난 6월 기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긴급상황에서 상세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등 알뜰폰에도 필수적인 서비스의 개선 속도는 더디다. 정부는 연말까지 알뜰폰 이용자를 상대로도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할 방침이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찰이나 소방은 긴급신고를 접수한 경우 위치정보법 제15조에 따라 통신사로부터 위치정보를 제공받는다. 위치정보는 기지국, 위성항법장치(GPS), 와이파이 방식을 종합해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기지국 정보는 최대 수㎞까지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잡으려면 GPS와 와이파이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
문제는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된 경우 GPS나 와이파이 방식을 이용한 위치정보 확인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에는 각 통신사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다. A통신사 가입자가 A사 망을 임대해 쓰는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위치 파악이 가능하지만, 타사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면 위치 파악이 어렵다. 경찰에 따르면 울산 사건의 경우에도 기지국 방식으로 수집된 정보인 셀(Cell)값만 경찰에 회신됐다고 한다.
이처럼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을 때, 경찰이나 소방은 통신사에 주소지 등 상세 정보를 요청한다. 대기업인 이통 3사는 24시간 당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휴일이나 야간에도 정보 파악이 용이하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는 대부분 평일 주간 업무시간 외에 경찰이나 소방의 조력 요청에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알뜰폰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표준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어느 서비스를 이용하든 사용자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표준화 작업을 완료해도 프로그램 탑재 등에 시일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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