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위협 현실로 다가와" "미국과의 관계 공고화 신호"

김서영 기자 2022. 8. 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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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미묘한 대만 시민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반대하는 대만 시민들이 2일 타이베이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타이베이 | 로이터연합뉴스
양안관계 악화 우려 커져
‘부정적’ 설문 응답 3분의 2
미 최고위급의 방문 자체를
‘상징적 의미’ 받아들이기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맞이한 대만의 표정이 복잡하다. 대만 사회에서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양안관계를 악화하는 요인이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으면서 대만 시민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문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대만 시민들은 무력충돌 위협을 체감하지 못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펠로시 의장 방문이 화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상황이 달라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대만의 뉴스 설문에서 응답자 3분의 2가 펠로시 의장의 방문으로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답했다. 또한 라디오 토론에서는 전쟁 시 대피 방법까지 거론됐으며 청취자들이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에 맞춰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던 타이베이 그랜드하얏트 호텔 바깥에서는 ‘전쟁광’ ‘양키 고 홈(미국인은 집으로 돌아가라)’ 등의 팻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타이베이 시민 블래어 로는 “대만 정부가 현상 유지를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나와 주변 연장자들은 전쟁을 두려워한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반면 미 최고위급 인사가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것 자체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중국과의 무력분쟁 가능성을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대만으로선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상징적 의미’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및 양안관계 전문가 웬티성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대부분의 대만인은 기뻐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대만 관계의 중요한 신호”라고 2일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2일 밤 타이베이에서 펠로시 의장을 환영하는 시위대가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타이베이 | 로이터연합뉴스

공항으로 환영을 나간 이들은 ‘펠로시 사랑해요’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펠로시 의장을 맞았다.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마천루인 세계금융센터(타이베이 101)에는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을 환영합니다’ ‘대만♡미국’ 등 메시지가 영어로 표기됐다.

이 밖에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쟁을 우려하거나, 거절할 수 없으니 방문을 허락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찬성한 건 아니라는 등 대만 시민의 다층적인 반응도 포착됐다.

대만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한 상황에 처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대만의 주권을 더 강한 어조로 요구하는 중국, 최대 규모 거래국인 미국 사이 균형을 잡아 안정을 꾀해야 하는 과제를 대만에 떠안겼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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