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텔스기·미사일 동원 포위훈련… 대만 “사실상 영공·해상 봉쇄”
6개 해역 선박·항공기 운항 봉쇄
훈련 지역에 대만 영해도 포함돼
중국군 영해내 진입땐 충돌 가능
美 해군, 레이건함 등 4척 북상시켜
우발적 군사 충돌에 총력 대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해온 중국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72시간 동안 대만을 둘러싼 6개 해역에서 선박, 항공기의 운항을 봉쇄하며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을 전면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훈련은 전례가 없다. 일부 훈련 지역은 대만 영해도 포함돼 있다.
미국 백악관은 중국에 군사적 긴장을 낮추라고 촉구했다. 홍콩 명보는 현재 대만해협의 긴장 상태가 미국과 구소련이 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의 21세기 버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일 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인민해방군이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탄 사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며 “선박과 항공기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군 동부전구(戰區)는 2일 밤부터 훈련 준비에 돌입했다. CCTV방송이 공개한 동부전구 훈련 장면에는 젠(J)-20 스텔스 전투기,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발사 차량(TEL)이 등장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이 설정한 군사훈련 구역 6곳 가운데 3곳은 대만 해역(해안선에서 약 22㎞)이 포함돼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육지에서 채 10㎞가 되지 않는다. 실제 중국군이 대만 해역 안으로 진입할 경우 대만 측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대만해협 쪽 군사훈련 구역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해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의 대만 구역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3일 전문가를 인용해 “대만 주변 군사훈련 때 반드시 대만해협 중간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군이 타이베이, 가오슝 등 대만의 주요 항구 앞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주목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대만중앙통신사는 3일 대만 정부 고위 인사를 인용해 “중국군은 대만 동부 해역으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만 북서부와 해협 중간선 구역에 대해 대포와 로켓을 이용한 원거리 실탄 사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고 해협 중간선에 도전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번 훈련으로 한국과 동남아를 오가는 한국 항공사 일부 항공편도 경로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만 일부 공항에서는 이날 수십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대만 당국은 “방역 때문”이라고 했지만 중국군의 훈련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날 대만에 대한 각종 경제, 인적 제재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해관(세관)은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1일 밤 대만산 차(茶), 과자 등 총 58종 3200항목 가운데 60%가 넘는 2066항목에 대해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3일 대만민주기금회, 국제협력발전기금회 등 대만 단체와 이들에게 기부한 최소 4곳의 대만 기업의 중국 내 활동, 관계자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 국가안전국은 이날 ‘대만 독립’ 활동을 한 혐의로 대만인 양즈위엔(32)씨를 체포했다며 체포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주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중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느 쪽이든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는 반대한다고 해왔다”며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보좌관, 국무장관, 합참의장 등도 중국 정부와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의장의 대만 방문을 존중한다”고 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 26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훈련에 따른 우발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미 해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전 대만 인근 필리핀해에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을 비롯한 전함 4척을 북상시켰다. 펠로시 의장 도착 당일인 2일 오후 8시쯤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가 이륙해 남쪽으로 향했다는 일본 NHK 보도도 나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천 강화에서 쌀 담긴 페트병 北에 보내려던 탈북민단체 적발
- 6·25 다부동 전투 전사 경찰관, 74년 만에 현충원 안장
- 뭉툭해진 탑재부... “北 화성-19, 다탄두로 美 도시들 동시 타격 위협”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비빔대왕’ 유비빔, 식당 불법영업 고백
- 문다혜, ‘前남편 특혜 채용 의혹’ 검찰 참고인 조사 재차 불응
- 70대 운전자, 중앙선 넘어 식당으로 돌진...4명 경상
- ’다자 연애’ 대학생 실명∙얼굴 공개한 목사, 벌금형 확정
- AMD,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절반 육박...인텔도 제쳤다
- 돼지 운반 차량 전도, 돼지 30마리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 美2살 아이 뱀 물려 응급실 갔더니 청구서 ‘4억원’...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