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딸에게 찾아간 남성 '스토킹 범죄' 벌금형

정재훈 2022. 8. 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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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파헤쳐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정재훈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이번에 다룰 사건은 스토킹 범죄입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헤어진 연인이나 타인을 상대로 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소식 자주 접하셨을 겁니다.

상대방이 거절하는데도 집요하게 연락해 괴롭히거나 심지어 찾아가서 살해하는 문제까지 벌어지고 있죠.

그런데 이 스토킹 범죄, 한 때 가족이었던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한 남성이 자신의 딸과 이혼한 전 부인을 상대로 벌인 범행을 가지고 왔습니다.

10년여 동안 헤어진 가족과 연락을 끊었던 이 남성은 지난해 말 갑자기 전 부인과 딸을 찾아갔다가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최근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연을 끊은 가족을 다시 찾아가서 문제가 벌어졌다는 건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네, 60대 남성 A 씨는 배우자였던 B 씨와 1998년 이혼한 뒤 2012년 연락을 끊은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10년만인 지난해 10월 A 씨가 대전에 사는 전 부인 B 씨의 집에 협박성 글이 담긴 편지를 보내면서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편지에는 '내 눈에 보이는 순간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 이라며 살인을 암시하는 글이 적혀있었는데요.

A 씨는 또 편지뿐 아니라 휴대전화로 B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이번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등 한 달여 기간 동안 41차례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집 앞에 수차례 찾아와 빨간색 볼펜을 사용해 '너 때문에 사표를 내고, 이혼한 뒤 접근금지를 3년이나 당했다'거나 '사랑이 원수가 됐다'는 협박성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로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늠이 안 되는데요.

그런데 A 씨의 범행, 이게 끝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혼한 배우자로부터 만남과 연락을 차단당한 A 씨는 이번엔 성인이 된 딸을 찾아갔습니다.

딸의 집에 찾아가 우편함에 '본지가 참 오래됐다, 연락을 바란다'는 편지를 남겼는데요.

자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이번엔 빵과 김치를 문 앞에 두고 가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딸은 현관문에 음식물과 편지를 두고 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이며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다시 딸의 집을 찾아간 A 씨.

그런데 이때부터 집요한 범행이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딸이 적은 경고문을 보자 격분한 A 씨는 종이에 욕설과 험담을 적어 다시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뒤져 딸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해 수차례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딸에게 어머니인 B 씨를 모욕하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딸은 A 씨에게 '소름 돋으니까 그만하시라, 연락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고, 우리를 내버려 두라'는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계속 시도한 이 남성,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접근금지부터 전화와 문자 전송금지 등의 경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경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딸에게 '김치에 빵을 사다 줬더니 자기 아버지를 스토킹한다고 했냐 법률해석 잘 해봐라' 등 조롱 섞인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앵커]

정 팀장, 그러면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기자]

법률해석을 잘 해보라는 A 씨의 말처럼 법원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단독 신동준 판사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4백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연락하고, 피해자의 주거지까지 찾아가 스토킹 행위를 지속, 반복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는데요.

다만 A 씨가 피해자들에게 더는 스토킹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과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양형에 참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그동안 느꼈을 공포, 그리고 재판부가 판시한대로 정신적 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에서 A 씨가 그간 벌인 범행을 봤을 때 처벌이 무거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재훈 팀장 수고했습니다.

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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