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빛나는 청춘' 소설 낸 김훈 "희망의 부표 그린 사람"

진달래 2022. 8. 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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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남한산성' 작가 김훈(74)은 역사적 인물의 내면에 밀착한 글쓰기에 능하다.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장편소설 '하얼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훈 작가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소설을 젊은 시절부터 쓰고 싶었지만 "일생 동안 방치해 놓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안중근, 김아려, 이토 히로부미, 재판관, 검사 등 여러 사람의 입장으로 쓴 장면이 두루 담긴 소설이라 자신에게 익숙한 에세이풍의 문장을 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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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남한산성' 잇는 장편소설 '하얼빈'
영웅 아닌 인간 안중근 내면에 집중
"하얼빈 의거 도모하는 안중근·우덕순
젊은 에너지 폭발하는 대목 쓰며 행복"
김훈 작가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취재진에게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전후를 그린 장편소설 '하얼빈'을 출간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칼의 노래' '남한산성' 작가 김훈(74)은 역사적 인물의 내면에 밀착한 글쓰기에 능하다. 건조한 문장으로 쌓아올린 표현은 매우 꼼꼼하다. 이달 출간한 장편소설 '하얼빈'에서도 이런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영웅보다는 인간 안중근에 집중한 신작은 일흔 살이 넘은 작가가 자신의 고단한 청춘 시절 반했던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그렸다.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장편소설 '하얼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훈 작가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소설을 젊은 시절부터 쓰고 싶었지만 "일생 동안 방치해 놓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악화됐던 건강을 회복하고 나니 "더는 미루어둘 수가 없다는 절박함이 벼락처럼 때려서" 올해 1월 1일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작업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밥벌이로 바쁘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 등 여러 이유로 뭉개고 있었다"고 했지만, 그 세월 동안 '하얼빈'의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여 왔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안중근에 빠져든 계기와 연관된 장면을 써 내려갈 때 "가장 신바람 나고 행복했다"고 김훈은 전했다. 바로 서른한 살의 젊은이 안중근과 우덕순이 대의명분이나 자금과 같은 구체적 논의는 하나도 하지 않고도 거사의 뜻을 모아 하얼빈으로 향하는 대목이다. "시대에 대한 고민은 무겁지만 처신은 바람처럼 가벼웠던 것.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을 이럴 때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청춘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순간이다.

하얼빈·김훈 지음·문학동네 발행·308쪽·1만6,000원

'하얼빈' 속 안중근은 흔들리고 고뇌한다. 첫 아들을 얻은 기쁨을 느끼다 이 땅의 고통이 떠올라 괴롭고, 천주교인으로서 신앙심과 대의가 부딪혀 괴롭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거사를 앞두고 권총을 점검하는 대목에선 안중근의 복잡 미묘한 심리가 담겼다. 작가는 거사 후 어려움에 처할 처자식을 생각하는 안중근의 고통을 쓸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세밀하게 표현하기에는 "끔찍하고 거대한 고통"이라 "안중근이 면회 온 동생에게 하는 대사 하나("내가 내 처에게 못할 일을 한 것은 아니다")로 뭉개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듯 말했다.

김훈은 자신의 소설이 역사를 소재로 했을 뿐 역사소설은 아니라고 했지만, 안중근의 역사적 의미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안중근을 동양평화론으로 "희망의 부표를 그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안중근의 시대보다 동양평화가 더 큰 위기에 처한 지금도 그 의미가 살아 있다고 봤다. 동양평화 아래 각각의 독립된 민족 평화를 말한 안중근의 '희망'과 일본제국 패권 안에서 평화를 만들겠다는 이토 히로부미의 '비극'이 하얼빈에서 만나 파국을 맞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 소설을 쓴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김훈 작가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장편소설 '하얼빈' 출간 기념 간담회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저자는 이번 작품 역시 첫 문장을 쓰며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인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쓸 때 조사 '이'와 '은'을 놓고 오랜 시간 고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는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글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작가를 괴롭혔다. 안중근, 김아려, 이토 히로부미, 재판관, 검사 등 여러 사람의 입장으로 쓴 장면이 두루 담긴 소설이라 자신에게 익숙한 에세이풍의 문장을 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단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탄탄한 자료 취재도 소설 곳곳에서 엿보인다. 소설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문명개화와 약육강식, 천주교인 안중근과 제국주의에 반쯤 몸담은 신부 등을 주요 갈등 축으로 삼아 복합적인 시각에서 전개된다. 작가는 "그 갈등이 어떻게 수습되는지를 주목해서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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