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제처, 경찰국 신설에 불리한 해석 쏙 빼고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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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논리와 충돌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을 삭제해 국회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국 신설 등을 추진한 정부와 발맞춰 의도적으로 자료를 편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법제처는 12쪽 분량의 원본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천 의원의 요구에 "이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실무선의 검토의견 자료 전체를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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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분량 자료 4쪽으로 줄여서 제출 뒤
이상민 장관 "경찰위 의결, 기속력 없다" 발언
법제처 "실무선의 검토 의견 제출할 수 없다"
법제처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논리와 충돌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을 삭제해 국회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국 신설 등을 추진한 정부와 발맞춰 의도적으로 자료를 편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법제처에 ‘경찰위원회 검토(2019년)’라는 자료를 요구해 에이포(A4) 4쪽 분량의 자료를 받았다. 기존 행안부의 해석처럼 국가경찰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닌 자문위원회 등에 해당한다는 법적 해석의 근거가 된 내용이 주로 담겼다.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상민 장관은 이 자료를 근거로 “경찰위원회는 행안부 내 자문위원회다. 심의·의결한 내용은 아무런 기속력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실제 법제처가 작성한 자료는 12쪽 분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처가 삭제한 의혹이 있는 나머지 8쪽에는 “(경찰법에)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심의·의결의) 기속력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위원회는) 기속력이 있는 합의제 의결기관에 해당한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즉 이 장관은 국회에서 애초 원본 자료에서 법제처가 한 법 해석과 상반된 주장을 한 셈이다.
‘기속력 있는 합의제 의결기관’이라는 해석은 주요 경찰정책을 의결하는 경찰위원회의 결정을 행안부 장관이 자의적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해석대로라면 기존 경찰청장 안건 부의→경찰위원회 심의·의결 방식의 2단계 구조에서 경찰청장→경찰위원회→행안부 장관 승인으로 3단계 구조 변화도 꾀하기 어렵다. 경찰위원회 의결 내용을 장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자체 수정할 수 없고 다시 안건을 위원회에 부의하는 ‘재의요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원본 자료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제처는 12쪽 분량의 원본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천 의원의 요구에 “이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실무선의 검토의견 자료 전체를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은 앞서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등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고, 관련 근거 등이 담긴 법령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도 통상 40일에서 4일로 줄이는 데 동의하면서 행안부를 ‘측면 지원’ 한 바 있다.
천준호 의원은 “국가경찰위원회가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이상민 장관의 발언을 엄호하기 위해 법제처가 의도적으로 국회 제출 자료를 조작했다면 이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경찰청장-경찰위원회 위 행안부장관…31년 만에 최종결정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0953.html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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