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과 약속 배반 안 해" 차이잉원 "가장 굳건한 친구"

이귀전 2022. 8. 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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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美·대만 간 단합 세계에 보여줘
美 반도체법 더 나은 경제 교류 문 열 것"
톈안먼·홍콩 등 中 반체제 인사도 만나
蔡 총통 "군사적 위협에 물러서지 않아
美와 공급망 포함 모든 방면 지속 협력"
외국인 최고 '특종대수경운' 훈장 수여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우리는 대만에 대한 약속을 결코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의 굳건한 관계를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대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을 받기 위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번 방문은 미국과 대만 간의 단합을 외부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대만의 여러 회의 참여를 방해한 것은 매우 분명하지만 중국은 다른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며 중국의 대만 고립 정책을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그는 차이 총통과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의회에 초청하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의에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그런 행사가 없었다면서도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방문으로 대만이 직면할 경제적 대가를 묻는 말에는 “(미국의) 반도체법이 더 나은 경제 교류의 문을 열 것”이라고 답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43년 전 미국 의회가 대만관계법을 통과시켰을 당시 대만과 함께하겠다고 한 확고한 약속을 상기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만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외부 세계에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내가 의회 대표단을 대만으로 이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도 “대만 파트너들과의 논의는 대만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포함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의 연대를 재차 강조했다.
또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시도를 서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미국의 중대한 우려라는 대만관계법에 적시된 맹세를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만과 함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이 총통은 펠로시 의장에게 외국인에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하며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라고 친밀감을 과시했다.

차이 총통은 “의도적으로 고조되는 군사적 위협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은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힘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미국 의회, 행정부와 공급망을 포함한 모든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한 단계 끌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3일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앞서 차이치창(蔡其昌) 입법원 부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한 곳”이라며 “우리는 대만과 의회 간 교류를 늘리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반도체법은 미국·대만 반도체산업 협력에 좋은 기회”라고도 언급했다.

펠로시 의장은 오후에 징메이 인권문화원구를 방문해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우얼카이시(吾爾開希)와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에 납치돼 구금됐다 풀려난 홍콩 퉁뤄완 서점 점장 출신 린룽지(林榮基) 등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홍콩의 젊은이들이 홍콩을 떠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도와줄 것을 펠로시 의장에게 건의했다.

공유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센터 책임연구원(중국·대만 전문)은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미국이 대만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펠로시 의장의 반중 성향도 부각됐다”며 “차이 총통도 연말 지방선거에 집권당인 민진당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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